▲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 민·당·정 협의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정권 차원의 건설노조 때리기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와 여당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건설 산재참사마저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

당정은 11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엄정 대응’과 ‘처벌 강화’를 핵심으로 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민당정 협의회에서는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1명의 노동자가 부상당하고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지난해 1월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노조 때문에 발생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장세현 동극건업 대표,
“노조 때문에 공기 늘어져 광주 사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모두발언에서 “노조가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횡포를 일삼는 사이 현장 노동자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안전사고 위험까지 노출됐다”며 “이른바 ‘건폭’은 사회악”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노조를 내세워 월례비, 불법 전임비, 채용을 강요하고 있고 생산성은 절반 이하”라며 “그 결과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 분양가가 60% 이상 상승했다”고 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발언은 민간위원으로 참여한 장세현 동극건업 대표에게서 나왔다. 장 대표는 노조 때문에 공기 단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과 안전장구 미착용에 대해 노조가 불법행위임을 주장하면서 전임비를 요구하고, 전임비를 주지 않으면 고소·고발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현장이 나오지 못해 완공이 늦어져 공기 단축을 강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결국 아파트를 지을 때 3년 공기가 1년 이상 늘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에 지난 광주 사태도 벌어진 부분이 있다”며 “공기를 맞춰야 하는 건 입주자들과의 약속이라 무리한 공정이라도 시공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근본 원인으로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지목돼 왔다. 당시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콘크리트 제조와 타설 단계에서 부실시공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고, 공기 단축 압박이 기저에 있었다. 또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계약을 한 A전문건설업체가 아니라, A업체와 계약한 B펌프카 장비 임대업체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원청-하청-재하청’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정부와 여당은 참사 책임을 건설노조에 돌린 것이다.

당정 후속대책은 ‘엄정 대응’에 집중

당정은 협의회 직후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엄정 대응’이 기조다.

기존 월례비를 요구한 타워크레인 조종사 자격정지와 경찰의 건설현장 폭력행위 200일 특별단속은 지속한다. 건설노동자 분신·사망에도 기조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청 수사에 대해 당정은 “원칙적으로 검찰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참여해 배후까지 철저 수사 등 엄정 대응 기조를 이어 간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와 관련해서는 노동부도 가담해 6월 말까지 단속할 방침이다.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 구조도 바꾼다. 원청과 타워크레인 임대사 간 임대계약을 맺고도 작업을 지시하는 하청이 추가비용(월례비 등)을 부담하고 조종사에게 추가작업을 시키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비용부담을 원청으로 일원화하고 작업지시체계를 수립한다. 다만 타워크레인 가동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표준계약서상 타워크레인 가동 시간은 1명 기준 일 8시간, 월 200시간이다. 이를 일 10시간, 월 250시간으로 탄력 적용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당 추가 조종사 채용을 고려사항으로 제시했다. 만약 실제 조종사 채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시간 노동이 예상된다.

건설현장 외국인력 규제는 더 푼다. 재입국특례제도를 적용해 재입국 소요기간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한다. 불법인력 고용 적발시 고용제한 처분범위는 전 사업장에서 해당 사업장으로 한정한다.

불법하도급 대책은 재탕 삼탕 수준이다. 핵심은 감리 대상을 확대하고,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민간토목공사·공공공사 감리에게 부여하는 하도급 적법 여부 관리의무를 민간건축공사 감리에게도 부여한다. 또 건설산업정보망(키스콘)과 건설공제조합 정보를 활용해 불법 하도급 조기 포착 시스템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산업정보망에 통보된 공사대장 정보와 공제조합 보증서 정보를 비교·검증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윤재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비교·검증은 이미 실시하고 있는 방식인데 어떻게 더 고도화하겠다는지 구체적 방법이 없다”며 “당정이 발표한 후속대책이 거의 대부분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예정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노조가 노정교섭 등으로 꾸준히 요구해 온 것들의 재탕”이라고 꼬집었다.

재계 입장 반영한 5대 법안 추진
대체근로 확대, 사업장 점거 제한 노조법 개정도

당정협의회 직후 당정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처벌조항 신설과 처벌 강화를 뼈대로 하는 5대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5대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이날 발의됐다. 월례비 수수와 공사방해, 채용 강요,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 거부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제재하는 내용이다. 불법행위 적발을 위해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고 수사 범위를 규정하기로 했다. 채용 강요 제재 수준을 과태료에서 형벌 수준으로 높이는 채용절차법은 이달 발의된다.

근본적 해결책인 불법하도급 대응 법안 발의는 뒤로 밀렸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은 6월 발의 예정이다.

노조법 개정안 발의는 8월로 예고했다. 대체근로, 사업장 점거와 관련해 제도 개편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권고한 대체근로 사용 범위 확대, 사업장 점거 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임세웅·이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