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 30대 근로감독관 A씨가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사 9개월차던 고인은 업무과정 중 발생한 일에 대해 민원인이 직무유기 등 혐의로 본인과 상사를 검찰에 고소하자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이 소송에 시달려 심적고통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잊을만 하면 반복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신 일로 주변인 고통 받아, 심적 부담 느껴”

근로감독관 A씨는 지난 1일 오전 충남 아산시 인주면 한 공영주차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A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동료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차 안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3일 노동부와 노동부 직장인협의회, 국공노쪽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천안지청 근로개선지도과에서 민원인 신고사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고인은 민원인 진정에 따라 해고예고수당 지급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민원인은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인과 천안지청장, 담당 과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4월 말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이관해 수사를 지휘했고, 고인은 숨지기 며칠 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국공노 관계자는 “민원인이 재진정해, 다른 감독관에게 이미 사건이 넘어간 상태였다”며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상사)한테 고소가 들어온 것에 대한 부채감이 크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천안지청은 민원인의 항의로 고인에게 ‘주의촉구 처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의촉구 처분은 소속기관 장이 사안이 소속 공무원이 직무상 과오를 범했지만 사안이 경미한 경우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으로 인사기록에 남는다. 민원인의 문제제기가 크다 보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넘기기 어려워, 내린 결정으로 내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업무 중 소송도 개인이 오롯이 감당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특이 민원이 해결되지 못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공직사회는 그 책임을 개인이 모두 떠안도록 설계돼 있다. 진정인이 행정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해당 기관이 소송 주체가 되지만, 민원인이 근로감독관과 같이 개인 공무원에게 앙심을 품고 소송을 하는 경우 충분한 법률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임주영 고용노동부 직장인협의회장은 “(공무원이) 아무리 국민의 봉사자라도 어느 정도 직장의 보호조치가 필요한데 그런게 전혀 없다”며 “(공무원 개인이) 고소·고발되면 부처에서 지원하지만,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로 한정되고 그것도 사후적으로 선임료 일부 지급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공노는 지난달 21일 열린 노사대표자 간담회에서 이정식 장관과 만나 6개(서울·중부·부산·대구·광주·대전) 노동청에 업무중 송사에 엮인 공무원들을 지원해 주는 법률 소송 전담 부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공노 관계자는 “(노조 요구로) 2021년 행정안전부에서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도 만들고, 지난해 보디캠을 보급하기도 했는데 우려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방관서 권리구제팀 변호사가 있고, 특이 민원 관련해 지원직 변호사를 활용할 수 있다”며 “규제개혁담당관실에도 노동부 자문변호사가 있어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공단에서도 무료 법률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방관서 권리구제팀 변호사나 규제개혁담당관실에 소속된 자문변호사의 경우 말 그대로 자문만 가능하지, 법률업무 전체를 대리하지 않아 직접 도움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적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전 공무원연금공단 자문변호사는 “(공무원이 처한) 상황이 법률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진단하고 대처방안을 안내하는 자문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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