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찾기유니온

“인천 한식뷔페 주방장 구인합니다. 3.3% 되는 분만 모십니다.” “중소기업 반도체 생산공장 면접받는데 3.3% 뗀다고 하네요. 가도 될까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사업소득세 3.3%(소득세 3.0%+지방세 0.3%)를 떼는 ‘사장님’을 ‘고용’하는 형태다. 음식점·청소업체부터 공장·사무직까지 업종 불문 전국의 사장님이 ‘사장님’을 찾고 있다. 프리랜서 계약으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과 달리 사업자 등록증도 없다. 사장님인 듯, 사장님 아닌, 사장님 같은 노동자다.

노동자를 ‘사장님’으로 위장해 300명 이상 사업장이 5명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350만명에, 사업소득 노동자 700만명. 근로기준법 바깥의 노동자가 1천만명이다. 노동을 더 싸게 쓰고 더 쉽게 버릴 수 있게 됐다. 정규직-비정규직을 넘어 근로기준법 안-밖으로 새로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탄생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쉽고 싸게”

1일 <매일노동뉴스>는 권리찾기유니온(위원장 정진우) 부당해고와 체불임금 상담사례를 기반으로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고용형태를 추적했다. 심아무개씨는 서울 인력공급업체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했다. 구인공고엔 15명이 일한다고 했지만, 회계·영업 등 파트별로 사업장을 쪼개 5명 미만으로 위장한 사업장이었다. 심씨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사측은 4대 사회보험 가입을 거부하고 3.3% 사업소득세 납부를 강요했다. ‘사장님’이란 이유로 휴일에도 일하고 연차도 못 썼다. 결국 업무가 줄었다는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광주 청소년수련관에서 수영강사로 일하는 박아무개씨는 정규직 강사들과 똑같이 수업을 진행했지만 3.3% 사업소득세를 떼는 ‘사장님’으로 고용됐다. 정규직 강사들의 지시를 받는 것은 물론, 고용불안에 수업이 없는 날에도 청소 등 부수적 업무를 해야 했다. 연장·야간·휴일 등 각종 수당도 받지 못했다. 처우에 대해 항의하자 사측은 수업일수를 줄여 급여를 크게 삭감하고 결국 해고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처음부터 사업소득세 3.3%를 떼는 고용형태를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을 쫓던 중, 노동자를 ‘사장님’으로 위장해 상시근로자 수를 축소하는 사례가 이미 보편적 고용형태라는 사실에 직면하게 됐다. 3.3% 고용형태는 사업장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300명이 근무하는 콜센터에서 관리직 2명을 제외한 상담원 모두가 3.3% 계약을 한 경우부터 1천명이 넘는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사업장 쪼개기와 3.3% 계약으로 가짜 5명미만 사업장이 된 경우까지 천차만별이다.

전 업종에서 3.3% 계약 활용 … 음식·주점업 10% 넘어서

권리찾기유니온은 사업소득 노동자가 7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본다. 지난해 2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0년 귀속 국세청 인적용역 업종별 사업소득 원천징수 현황’에 따르면 비임금 노동자수는 704만3천964명으로 증가 추세다.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특수고용직은 제외된 숫자다. 특히 비임금 노동자 중 기타자영업 수가 5년 만에 2배(173만4천651명→344만9천875명)가량 늘고,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3.4%에서 49.0%로 증가한 부분에 눈길이 쏠린다.

문제는 3.3%를 이용한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이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장혜영 의원 따르면 2021년 근로소득자 기준 5명 미만 사업장은 100만2천여개다. 이중 사업소득자 없이 근로소득자만 신고한 사업체는 78만6천여개다. 20% 이상(21만여개)이 3.3% 계약을 하고 있다. 이중 절반(10만3천여개)은 근로소득자는 5명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 합산 시 5명 이상이 된다. 2017년(5만8천여개)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근로소득자 기준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사업소득자는 2017년 897명에서 2021년 1천551명으로 72.91%가 증가했다. 근로소득자 5명 미만이나 사업소득자 합산 시 300명 이상이 되는 사업체는 5년간 약 92% 증가했다. 권리찾기유니온은 “현행법에서 5명 미만 노동자에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을 악용해 가짜 3.3% 고용이 확산하는 걸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3.3% 계약은 대부분 업종에서 활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그 비중이 이미 10% 가까운 업종도 상당수다. 권리찾기유니온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 중분류 77개 업종 중 66개에서 3.3% 계약을 했다는 응답이 나왔다. 음식 및 주점업 10.3%, 교육 서비스업 9.8%,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8.1% 순으로 많았다. 직업별로 분류해도 추이는 비슷하다. 한국표준직업 중분류 52개 업종 중 48개에서 3.3% 고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11.6%, 상담·안내·통계 및 기타 사무직 10.2%,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7.7% 순이다.

세무 시장에서 체감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재이 세무사(세무법인 굿택스)는 “고용과 관련한 모든 부담을 덜 수 있는데 누가 근로계약을 맺으려 하겠냐”며 “노동법적으로나 세무적으로 간편하고 비용 처리를 위해 사업주들이 무자료(근로계약서 미작성)보다 3.3% 계약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처럼 3.3% 계약을 용인하면 3.3% 계약이 2천만명으로 느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비정규직 그 아래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가 급격히 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진우 위원장은 “기간제나 용역 등 비정규직은 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근로기준법 안의 노동자”라며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1천만명을 넘어선 지금, 비정규직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삼호중공업 물량팀 블라스팅 노동자들이다. 사업소득세 3.3%를 떼왔던 이들은 지난해 12월 4대 보험 가입 등을 요구하다 집단해고를 당한 뒤 38일의 투쟁 끝에 시급제 본공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본공은 사내하청업체가 고용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를 뜻한다. 장현진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 블라스팅 노동자 대표는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임금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블라스팅 노동자 수준으로 맞추다 보니 50%가량 깎였다”며 “그래도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최소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아니라면,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낸다고 해서 노동자가 사용자가 되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다. 근로소득세, 4대 보험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이같은 조건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노동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위장은 쉽지만 노동자성 입증은 어렵다. 우월한 지위의 사업주로부터 피해를 본 노동자가 사업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장기간 고비용 법적 구제에 나서기 어렵다. 설사 구제를 받았다고 해도 취약한 노동자는 또다시 3.3% 계약조건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근로기준법 2조1호를 개정해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노동법령을 적용받으려면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점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데 법이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니라 판례가 아무런 근거 없이 법을 그렇게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자가 입증 책임을 부담하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는 점만 입증하면, 사용자가 ‘사용·종속 관계가 아닌 자유로운 독립계약관계’란 점을 입증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021년 9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입법 전에 노동부와 국세청이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리찾기유니온은 노동절인 1일 서울광장 입구에서 “모든 노동자와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2조·11조 개정안 입법캠페인 활동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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