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모습. <영풍 유튜브 영상 갈무리>

10여년간 소음에 시달려 난청이 생긴 영풍석포제련소의 60대 하청노동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85데시벨)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업무 수행 중 소음에 노출됐다면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풍그룹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는 국내 아연 생산규모 2위,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4위를 기록한 대형 제련공장이다. 하지만 중금속 중독 등 지속해서 산재가 발생해 ‘산재 다발 사업장’의 오명이 붙었다.

‘산재 인정기준 미달’ 장해급여 거절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 “소음 노출력 영향”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 노동자 A(67)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의 항소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A씨는 2008년 8월부터 10년간 하청업체에 소속돼 제련소에서 조액 분해 작업(필터프레스 기계 세척)을 수행했다. 이후 2011년께부터 시끄럽게 돌아가는 프레스 기계로 양쪽 귀에 이상이 생겼다. 그 결과 2018년 12월 병원에서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이명’을 진단받았다.

공단에 장해급여를 청구했지만 거절됐다.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의 별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08~2017년 소음측정 결과 57.8~81.8데시벨로 조사됐다.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재심사 청구도 기각되자 A씨는 2021년 6월 소송을 냈다. 그는 “소음성 난청은 사업장 근무로 발병했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한 것”이라며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병원 주치의는 소음성 난청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역시 “소음 노출력과 연령·청력저하 시점 등을 종합하면 난청은 소음 노출력과 가장 관련성이 높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반면 이비인후과 감정의는 “85데시벨 이하의 소음에서 소음성 난청 위험도가 떨어지고, 청력손실 분포가 전형적인 양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노인성 난청이 혼합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법원 “소음측정, 실제 소음 단정 어려워”
“시행령 기준, 예시적 규정 불과”

법원은 업무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중 노출된 소음으로 인해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할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실제로 소음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음성 난청 진행 정도는 개인의 청각 감수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력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의 나이도 업무상 질병 판단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2011년 무렵은 원고 나이가 만 55세로 노화에 의한 청력저하가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상병을 진단받은 때의 나이도 만 62세로 노인성 난청의 호발연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성 난청의 특질이 혼재됐다고 해서 원고의 난청 상태가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비인후과 감정의 소견도 배척했다.

A씨를 대리한 안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더보상)는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실제 소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데 의미가 크다”며 “수년간 소음에 노출된 경우 노동자 개인의 청각 감수성에 따라 난청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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