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고객센터 정원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직접고용 방침을 세운 지 2년3개월이 지나도록 정규직 전환 논의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 30명→22명으로 감축 추진
콜수 늘어나면 단기인력 충원으로 ‘땜질’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와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재단은 고객센터 인원을 대폭 줄이고 센터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같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이 작성한 ‘2023년 고객센터 운영계획(안)’을 보면 고객센터 상담사 인력(정원)을 30명에서 22명으로 줄이고, 고객센터 업무공간도 “재단 제공에서 용역사 제공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5월 용역업체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상담사 현원을 7명이나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객센터에는 관리자 5명과 상담사 24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부는 “정원감축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정원감축이 실제로 적용되면 용역업체 직원인 상담사들은 해당 업체와 위수탁계약을 맺은 다른 고객사(원청)로 전환배치될 수 있지만 근무지부터 임금·처우까지 모든 게 달라진 업무환경에 내몰리게 된다. 사실상 그만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지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장은 “남은 직원들도 동료들의 업무공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응대율 같은 실적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단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종결로 정상적 경영환경으로의 복귀 △디지털매체 활성화 및 비대면보증 중심으로 업무환경 변화 △지난 5년간 콜인입량 추이 및 올해 콜인입량 예측에 따라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콜인입량이나 1명당 상담건수 등이 감소한 것을 감안했을 때 적정인원을 22명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규 지원 사업으로 “콜인입량이 현저히 증가할 경우 단기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지연 지부장은 “단기 상담사를 충원했을 때 제대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적응이 어려워 고충이 많았다”며 “그 부담은 기존 상담사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로 확산 우려도

서울신용보증재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재단이 이러한 방식으로 고객센터 인력을 줄이는 운영계획이 현실화되면 서울시가 직접고용 방침을 세운 다른 기관에도 ‘나쁜 선례’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교통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기관별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서울교통공사와 SH도 정규직 전환 논의는 진전되지 않은 채 올해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종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약 혹은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원청사가 인력 감축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채윤희 서비스일반노조 SH공사콜센터지회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전에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 인력을 조정한 전례가 있는데, 전환배치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없는 구조여서 퇴사로 이어졌다”며 “서울신용보증재단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 기조에 맞게 서울시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유진 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노동현장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어가도 된다는 최악의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서울시가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노동자들과 논의부터 시작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정책위원회에서는 3개 기관 콜센터 직고용 문제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보고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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