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조기난소부전’으로 조기에 폐경한 여성노동자의 장해등급을 남성과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는 근로복지공단을 비판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나왔다.<본지 2023년 3월9일자 10면 “여성 ‘조기 폐경’ 장해등급 부재, 법원 첫 장해 인정” 참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20일 성명을 내고 “성차별적 산재 장해등급 결정을 바로잡은 판결에 항소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근로복지공단은 지금 당장 항소를 철회하고 성차별적인 장해등급 기준을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최선재 판사)은 지난달 8일 LG전자 반도체 여성노동자 A(4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등급결정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이 발병했다가 이후 후유증으로 ‘조기난소부전’을 진단받았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상 여성의 ‘생식기능’ 상실과 관련한 별도의 장해등급 기준이 없는 점이 A씨 발목을 잡았다. 남성의 경우 ‘양쪽 고환을 잃은 경우’ 장해등급 7급이 인정된다.

법원은 A씨도 남성이 고환을 잃은 경우와 비슷한 장해에 해당한다며 장해등급 7급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법령은 ‘난소 상실’에 관해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남성의 ‘고환’에 대응하는 여성 생식기관이 ‘난소’라는 점에서 비슷한 장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지난 3일 항소한 상태다. 반올림은 “공단은 성차별적인 장해등급 결정에 대해 반성은커녕 이를 바로잡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해 또다시 원고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며 “원고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삶은 꿈꾸지도 못하게 됐는데도 공단이 안겨준 것은 차별과 상처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해등급 1~7급은 연금이 지급되지만 8~14급은 일시금으로 지급돼 보상 격차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약자의 위치에서 힘겨운 법정다툼을 이어가야만 했던 지난날에 귀 기울여주고 공정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하다”면서도 “시대를 역행하는 공단의 항소 결정에 다시 한번 큰 상처를 받았다. 2심에서도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