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투자 확대나 안전보건관리 강화보다는 노동자 안전의식 제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 책임을 노동자에 미루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자기규율 예방체계와 위험성평가 강화 계획에는 높은 기대를 보였다.

한국경총은 12일 국내 기업 17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산업안전보건 전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9일부터 같은달 20일까지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 조사했다.

기업들은 올해 산재예방활동 핵심 추진 방향으로 ‘근로자의 안전의식 제고 및 안전문화 확산’을 가장 많이 꼽았다. 61.4%의 기업이 선택했다. ‘위험성평가 체계 검토 및 활성화’(30.4%)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 컴플라이언스 역량 강화(15.8%)가 뒤를 이었다. 반면에 △인력·조직 및 예산 투자 확대(3.5%) △스마트 안전보건기술 개발·적용(2.9%) △직업성 질환 예방 등 보건관리 체계 강화(1.2%)를 지목한 기업의 비율은 적었다.

안전보건 강화 책임이 사업주 처벌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이 여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가 처벌과 규제보다는 자기규율을 강조하며 추진하고 있는 위험성평가 의무화 등에 대한 기업의 기대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69.6%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산재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업은 64.6%에 달했다. 중대재해 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노동계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향후 로드맵 추진시 보완사항으로는 ‘감독·처벌 등 규제 강화보다는 예방·지원 사항에 집중’을 선택한 기업이 70.0%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족’(37.2%)이 ‘만족’(19.2%)보다 많았다. ‘보통’은 43.6%였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로는 “예방보다 처벌 기조가 유지돼서”(5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가 밝힌 ‘자기규율 예방체제로의 전환’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근로자의 높은 안전인식 등 노사정 공동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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