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제는 정규직이니까 떳떳하게 녹색병원 직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최근 녹색병원 정규직으로 전환된 미화노동자 김정희(68)씨와 오금숙(67)씨는 “녹색병원 가족이 된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올해 1월1일 녹색병원 직원이 된 이들에게 달라진 두 가지는 출입증에 명시돼 있던 ‘임시’라는 글자가 사라졌다는 것과, 전보다 직원식당을 자주 가게 됐다는 점이다. 녹색병원 직원식당 가격은 2천500원으로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대부분 미화노동자들은 밥값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닌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나서부터는 점심식사가 제공되면서 동료들과 지하 1층 직원식당으로 가게 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지난달 정규직이 된 미화노동자 김정희씨·오금숙씨와 1년6개월 전 정규직으로 전환된 요양보호사 김미정(57)씨를 만났다. 녹색병원 노사는 2021년 7월 ‘비정규직 없는 병원’에 합의한 뒤 3단계에 걸쳐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2021년 7월 파견업체 소속으로 일한 재활 간호·간병통합병동(61병동) 요양보호사(17명)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식당조리사(25명)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지난달 용역업체 소속 미화노동자(17명)가 마지막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이 됐다고 해서 임금이나 처우가 눈에 띄게 오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연장근로·휴일근로에 따른 수당을 받고 교통비가 별도 지급되는 정도라는 것이다. 정규직이 된 지 1년6개월 넘었다는 요양보호사 김미정씨도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소속일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체감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녹색병원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그만큼 차별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고 나서 직원들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겼다. 출입증에 임시란 단어가 사라진 것은 잠시 드나드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든 출입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한은 이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으로 연결됐다.

“이전에는 비정규직이니까 어디다 얘기하기 창피했다”는 김정희씨는 이제 “떳떳해진 만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은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병원의 철학과도 이어졌다. 다른 병원과는 ‘다른’ 녹색병원에서 일하는 게 힘들지는 않냐는 질문에 김미정씨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환자를 대하는 건 부자든 가난하든 환자니까 그냥 똑같아요. 어떠한 편견 없이 환자를 병원에서 받는 만큼 우리도 그렇게 일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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