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판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문경력관을 선발하면서 해당 업무에 종사했던 공무직을 채용에서 배제해 논란이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보훈처는 지난해 약 8개월이 소요되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판정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보훈심사 신속처리제를 도입하고 관련한 업무를 도맡을 ‘전문경력관(다)’ 10명을 12월 신규채용했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 자격기준을 간호사자격에 한정하고 기존에 해당 업무를 처리하던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배제했다. 이 결과 간호사자격이 없는 기존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응시 기회를 잃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다. 기존 업무와 다른 일을 하거나 7월 예정된 보훈심사 신속처리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으로 5~15년 가까이 일한 경력직들이다.

새 제도 도입에 새 전문인력 채용
“같은 업무 하는데 간호사는 되고…”

문제는 전문경력관이 하는 업무가 사실상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업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상이등급 판정은 신청자의 의료기록을 분석하고 의료기록을 해독하는 게 뼈대다. 기존에는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에 소재한 보훈병원 5곳에서 신체검사를 한 뒤 이를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보훈심사 신속처리제는 보훈병원 대신 신청자 거주지 인근 종합병원 등에서 발급받은 국가보훈 장해진단서로 갈음하는 게 뼈대다. 사실상 의료기록에만 의존해 상이등급을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관련 능력이 더 중시되는 셈이다.

이런 업무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주업이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자격을 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1조의2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란 의료 및 보건지도 등에 관한 기록 및 정보의 분류·확인·유지·관리를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보훈처가 명시한 전문경력관 주요 업무와 겹친다. 당시 보훈처는 채용공고에 “(전문경력관 주요업무는) 심사 안건 작성 및 보훈심사 지원, 질병 관련 판례 및 심사 사례 검색 등”이다. 국가보훈처노조는 “전문경력관이 작성하는 심사안건검토서는 의무기록지를 해석해 요약하는 게 주 업무”라며 “제출된 의무기록지와 병적증명서를 해석해 (유공자) 법령 및 심사기준을 적용해 (상이등급) 안건을 작성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채용배제’ 공무직이 전문경력관 교육”

노조는 오히려 학과별로 전문화한 환자 임상 경력을 보유했거나 교육을 받은 간호사가 폭넓은 의료기록 해석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문경력관 채용 전에도 보훈심사위원회에 간호사자격을 보유하고 일을 한 경력직들이 있지만 이들도 의료기록 해석을 상당 부분 보건의료정보관리사에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현재도 반복하고 있다. 노조쪽은 “이미 채용한 전문경력관 업무 교육을 채용 기회를 상실한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당 업무에 자격이 없다며 보건의료정보관리사를 자격기준에서 빼놓고 채용 뒤에는 교육을 비롯한 현업업무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쪽은 “현장 경험이 필요해 간호사 자격증 보유자로 채용했다”며 “보훈심사위 공무직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포함돼 있어 공무직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채용 전문경력관 교육을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행정직 공무원, 전문경력관이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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