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정부가 주 5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묵인 중인 30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안내문을 배포했다. 노동자 스스로 건강과 관련한 자가진단을 해 보고 이상이 있으면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으라는 내용이다. 주 60시간제를 묵인한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정부의 유일한 건강권 보호조치다. 그런데 자가진단 내용을 보면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상 ‘범죄인지’에 해당하는 사항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5일 매일노동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이달 초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자가진단 안내문’을 사업장에 배포했다. 5~29명 사업장에 지난해까지 적용했던 8시간 추가근로 제도가 일몰된 후 정부가 지난달 1일부터 1년간 ‘근로시간 계도기간’을 부여하면서 실시한 후속조치다. 지난해 12월30일 노동부는 계도기간 중에는 30명 미만 사업장을 장시간 노동 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진정 등으로) 법 위반 적발시 최대 9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안내문은 계도기간 중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건강 자가진단 내용이 담겼다. 자가진단은 근로자 건강진단 2개항과 업무부담 가중요인 진단 3개항인데 해당 항목이 있으면 본인 건강상태를 고려해 근로자건강센터를 방문해 추가적인 건강진단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근로자 건강진단 항목은 산업안전보건법 129조와 130조에 따른 건강진단(사무직 2년에 1회, 그 외 연 1회 이상 일반 및 특수건강진단) 준수 여부와 건강진단 사후관리 준수 여부다. 산업안전보건법 132조4항은 건강진단 결과 노동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작업장소 변경과 작업 전환, 근로시간단축, 야간근로 제한, 작업환경 측정 또는 시설·설비의 설치·개선 등을 조치하도록 했는데 이를 지키고 있는지를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사업주가 134조4항을 위반해 건강진단 후 직업병 또는 일반질병 유소견자에 사후관리 하지 않을 경우 범죄인지 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안내문에서는 노동부 근로자건강센터 방문만 대책으로 제시한 채 국민에게는 ‘건강권 보호조치’를 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상황이다.

5~29명 사업장은 전국에 약 63만곳으로 노동자수만 603만명에 달한다.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심혈관질환 업무상질병 사망자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특히 많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1년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509명이다. 이 중 138명은 5명 미만 사업장 소속이다. 5~29명 사업장 노동자는 182명으로 전체 과로사 사망자의 35%를 차지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