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10명이 올해 초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계약해지됐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말 콜센터 위탁운영 입찰공고를 내면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통합콜센터 내 헬프팀은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고 디지털뱅킹팀은 16명 중 10명이 재계약되지 않았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위탁운영 수탁업체가 지난달 1일부로 변경되면서 기존 업체에서 일하던 상담사 10명이 계약해지됐다. 지난해 12월26일~27일 새 용역업체 효성ITX가 상담사 20여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는데 이 중 4명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 통보를 받은 상담사 가운데 6명은 업무공백을 우려하며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했는데 결국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10명 모두 디지털뱅킹팀 상담사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는 저축은행 창구직원의 전산처리 문의 등을 상담하는 ‘헬프데스크’와 디지털뱅킹 및 금융사기신고 센터(야간)로 업무가 나뉘어 있다.

계약종료 4일 전에 ‘불합격’ 통보
고용승계 요구한 상담사도 계약해지

계약해지된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계약종료까지 불과 4~5일을 앞두고 면접을 보고 결과 통보까지 이뤄졌다. 상담사들은 지난해 12월26일~27일 새 용역업체 효성ITX 관리자와 면접을 보고 나서 27일 저녁에 이메일을 통해 합격 여부를 통보받았다. 효성ITX는 불합격자에게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과는 거리가 있어 이같이 결정됐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합격 통보를 받은 상담사들 가운데 일부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다 결국 계약해지됐다. 상담사 6명은 경력자 이탈로 인한 업무공백이 발생하고 남은 직원들은 업무 과중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재계약 유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전원 고용승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이 재계약 의사를 다시 밝혔을 땐 관리자에게 “경력직 채용은 1월1일 종료됐다”는 답변만 받았다.

문제는 애초 원청이 입찰공고를 낼 때 고용승계를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는데도 실제로는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회는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지난해 12월로 만료되면서 같은해 11월 ‘통합콜센터 위탁운영’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다. 당시 밝힌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위탁운영 제안요청서’를 보면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성공적인 상담사 고용승계 방안 제시”를 명시했다. 기존 용역업체에서 근무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효과적인 고용승계 계획과 안정화 방안”을 용역업체에 계약 체결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앙회측은 ‘전원’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홍보팀 관계자는 “전원 고용승계에 대한 의미가 아니라 업무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ITX측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계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별 채용은 정당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효성ITX 관계자는 “실제로 체결한 계약 내용은 고용승계 조건으로 위탁운영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라 경력직 채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라며 “설명회를 진행하고 면접 절차를 거쳐서 합격이 된 인원만 채용하고, 부족한 인원에 대해서는 신규채용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회 “위탁운영업체 인사권 개입 못해”
계약해지된 상담사들 부당해고 구제신청 계획

상담사들은 원청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상담사들은 지난달 20일 중앙회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같은달 26일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중앙회는 “이번 경력직 채용건은 중앙회의 어떠한 의사도 반영되지 않았으며 위탁운영 사업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채용 등 인사권은 위탁운영 사업자의 고유권한으로 중앙회는 이에 개입할 권한도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어 “불법게시물 부착,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를 지속할 경우 부득이하게 민형사상의 법적조치를 할 수 있음을 양지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계약해지된 상담사들 가운데 일부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고용승계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노동자가 고용승계를 원했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성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인권)는 “입찰공고를 낼 때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했고, 이를 약속한 업체를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고용승계 기대권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전원이 아닌 일부만 고용을 승계했다고 했을 때 선별채용을 한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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