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기 힘든 직종은 노동환경 개선 대신 외국인력을 도입하고,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사업 비중을 줄이고 민간에 고용 창출을 의존한다.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요건을 엄격히 해서 일하기 싫은 일자리라도 찾도록 한다. 3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고용정책 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이 같은 말로 축약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전 정부에서 이어 온 일자리 정책 물줄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미래세대까지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혁과 함께 일자리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긴요하다”며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고용률은 청년·여성 등 고용취약계층을 핵심 정책대상으로 삼아 관리하고, 고용위기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재정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온 과거 대책을 지양하고, 노동수요·공급 간 인력수급 불일치 해소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지원, 직접일자리 사업도 대폭 줄인다.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엄격히 해서 실업자를 노동시장으로 밀어내겠다는 의미다.

인력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정부가 제시한 첫 정책은 ‘외국인력 허용 확대’다. 도입 인력을 늘리고, 기업의 구인난을 상시 파악해 취업알선을 하겠다는 그림을 내놨다. 중소기업 등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좋은 일자리로 만들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훈련 정책 곳곳에는 ‘기업 맞춤형’을 강조했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정책을 편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청년 일경험 사업, 구직단념청년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다. 여성 고용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단축 지원·육아휴직 기간 확대와 함께 기업 성비 현황을 외부에 공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를 도입한다.

노동시장 개혁이란 단어도 빼놓지 않았다. 정부는 “다원화된 노동시장에 적응해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과 선택에 기반한 노동시장 법·제도 개혁과 일하는 문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 권한이 확대하도록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말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안정적이고 적정한 임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보이지 않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매칭서비스 고도화만 운운하고 있다”며 “사회안전망이 취약한데도 (실업급여) 반복수급을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로 몰고, 급여를 삭감하는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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