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올해 7월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꼭 4년이 된다. 법 시행 직후인 2019년 9월과 비교했을 때 괴롭힘 경험 자체는 줄었지만 괴롭힘 수준은 오히려 심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괴롭힘을 당한 뒤에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법 테두리 안으로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명 중 7명 “괴롭힘 참거나 모르는 척”
법 시행 직후보다 13.5%포인트 증가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과 함께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응답자 10명 중 3명(28%)이 지난 1년간 직장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대해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2019년 9월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4.5%가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했을 때 16.5%포인트 감소했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은 줄어들었지만 괴롭힘 수준은 심해졌다. 괴롭힘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괴롭힘 정도를 물어 보니 44.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2019년 9월 조사에서 응답자 38.2%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6.4%포인트 늘어났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응답자 10명 중 7명(73.2%)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2019년 9월 조사 결과(59.7%)보다 13.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한 경우도 2019년 9월 20%에서 22.1%로 소폭 증가했다. 회사나 노조,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같은 기간 5.8%에서 6.8%로 1%포인트 증가해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

5명 미만 사업장, 괴롭힘 퇴사 대기업의 ‘4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괴롭힘을 겪은 뒤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인 가운데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7.4%가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5명 이상~30명 미만의 경우 25%, 30명 이상~300명 미만은 18.9%, 300명 이상 사업장은 11.3%이었다.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15.8%가 “있다”고 답했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 응답 비중이 3.2%로 약 5배 차이가 났다.

직장갑질119는 “비정규직(34.5%), 20대(32.0%), 여성(30.6%)이 정규직(13.4%), 50대(15.9%), 남성(15.4%)에 비해 괴롭힘을 당한 이후 퇴사했다는 응답이 2배 이상 높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인 비정규직, 5명 미만, 20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면 신고가 아닌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권두섭 변호사(직장갑질119)는 “직장인 61.2%가 ‘법 시행 이후 직장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실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법이 있다는 것 자체로 개선 효과가 있다는 뜻”이라며 “아직 법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5명 미만 사업장, 원청 갑질,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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