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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한국인 노동자가 전복된 지게차에 깔려 숨졌는데도 ‘범죄행위’라는 이유로 업무상 재해 불승인 결정이 내려졌다가 법원이 이를 뒤집어 산재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가 사업주 승낙 없이 무면허로 지게차를 운전해 중과실에 따른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면허 상태서 타사 지게차 운전
법원 “사업주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중국계 한국인 A(사망 당시 59세)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전북도에 있는 골재제조회사의 하청업체 B사에서 기계 관리와 청소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입사 한 달 만인 같은해 6월25일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게차로 약 10킬로그램의 윤활유펌프를 운반하던 중 급경사 언덕길에서 전복된 지게차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A씨 배우자는 업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절됐다. A씨가 무면허 상태로 다른 회사의 지게차를 임의로 운전해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A씨가 운전한 지게차는 골재사업장에서 크랙샤 설치공사를 하는 업체 소유였다. 이에 유족은 즉각 소송을 내면서 “사업장에서 지게차를 운전할 때는 면허가 불필요하고 윤활유펌프를 운반하던 중 발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유족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이 사고 당일 사업장 내에서 지게차를 운전해 윤활유펌프를 운반한 행위는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업무의 준비행위나 사회통념상 업무에 수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먼저 공단의 ‘범죄행위’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고인이 면허 없이 지게차를 운전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업무수행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하청 대표가 “일반 화물차로도 진입이 불가능한 경사로를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증언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면허 없이 운전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봤다.

하청 대표 “운전 지시 없었다” 주장
법원 “무면허 운전, 묵시적 승인”

B사 대표는 재판에서 법원 사실확인서를 통해 “사고 당일 지게차로 운반하는 것은 고인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고, 무면허 운전에 대한 묵시적 승낙은 없었다”며 “평상시에도 업무상 지게차를 사용할 일이 없어 지게차 운전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사실상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받았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A씨 사고는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기계에 윤활유를 바르는 업무는 기계 작동이 중단되는 점심시간에만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사고가 휴게시간에 발생하였다는 사정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약 10킬로그램의 윤활유펌프를 지게차 없이 운반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업체의 지게차를 운전했다는 사실도 업무상 재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게차가 없는 B사의 노동자들이 타사의 지게차를 더 많이 사용했고, 면허가 없는데도 지게차를 운전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이 이를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B사 대표는 소속 근로자들이 지게차를 무면허로 운전하는 것을 묵시적으로 승인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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