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학 한국안전총연맹 이사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휩쓸리면서 우리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멀어지게 했고, 소상공인을 필두로 국민의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아직도 감염자 수는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며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사망사고는 오히려 늘어 노동자와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0월29일 한밤중에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한복판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사상 초유의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일까? 150명이 넘는 사망자, 40명의 중상자를 포함한 13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에 참담할 따름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왜 이런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막을 수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 안전을 위해 더 촘촘한 대책과 사고수습 매뉴얼 정비 등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8일 공포했다. 지난해 10월23일 서울 금천구에서 발생한 소화설비 이산화탄소 방출에 의한 질식사고(사망 4명, 부상 17명)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와 안전기준을 신설했다. 또 사망사고 다발 건설기계인 굴착기의 안전기준도 정비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기준 신설, 화염 방지 기능이 있는 통기밸브만 화염 방지기 설치의 예외로 인정, 화재감시자 지급용 방연마스크의 기준 마련, 굴착기 관련 안전 규정 정비, 항타기·항발기 관련 규정 정비, 이동식 크레인(기중기) 탑승 작업의 예외적 허용, 상시 환기장치를 갖춘 밀폐 공간 관리 규정 합리화, 관리대상 유해 물질에 생식독성물질 8종 추가 등 산업안전을 위한 다양한 분야를 담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된다.

정부부처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미비한 법률과 시행규칙을 신설하고 개정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안전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분야가 지게차 안전이다. 노동부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발생한 제조업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50명 미만 제조업체에서 767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33.4%(256명)는 위험기계·기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기인물별로 보면 지게차가 61명으로 크레인(37명)·컨베이어(27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10월19일 경기 김포에서 한 여성이 길을 건너다 지게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 사고가 예견된 사고라고 입을 모은다. 지게차 사고 위험이 커 여러 차례 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게차는 주행 중 충돌 위험이 크다. 지게차 운행 중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아 주변의 보행자에게 특히 위협적이다. 또 차량 앞부분에 짐을 들어올리는 포크까지 튀어나와 있어 주행 중 보행자와의 충돌할 위험이 더 크다.

지게차는 건설현장뿐 아니라 제조공장, 물류창고 등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쓰인다. 활용 범위가 넓은 만큼 사고 위험성도 높다.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16일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지게차 안전장치를 의무화했다. 개정법에서 사업주는 지게차에 후진 경보장치, 경광등, 후방 감지 등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게차로 인한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지게차에 대한 추가적인 예방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나 보행자에 가장 위협적인 지게차 포크에 대한 안전 방호조치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포크에 덮개를 씌우는 등의 조치와 함께 노동자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지게차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지게차는 사망사고재해 발생 기계 1위로 한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금 더 세심하고 촘촘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국민과 노동자가 더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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