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물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는 근로자, 사용자, 쟁의행위 등에 대해 정의하는 규정이다. 노조법 2조는 70년 동안 개정된 적이 없어서 현대의 근로자, 사용자 개념을 다 포섭하지 못한다. 특수고용·간접고용·플랫폼노동자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고, 이들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진짜 사장’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반대하거나 정치운동, 다른 노조나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투쟁을 광범위한 노동쟁의 범위에서 제외함으로써 불법행위로 취급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근로자, 사용자 개념을 좁게 규정하는 현 노조법 2조를 고치지 않으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노동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노동법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노동형태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레미콘차량 운전사, 방송 구성작가, 퀵서비스 배달원, 학습지 방문교사 등은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지만 그 형식이 도급계약, 위임계약 등이어서 법적인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일체의 노동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간접고용 형태의 노동은 원청에 대한 직접 책임 규정이 없는 상태로 사업주들에게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래서 간접고용이 법·제도적으로 적극 허용된 IMF 이후 25년간 확대됐다. 지난 여름 0.3평도 안 되는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투쟁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씨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왜 빗자루를 내려놓고 본관 앞에서 연좌하고 총장이 나오라고 외쳤을까. 수많은 간접고용 즉 하청노동자들이 왜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 사장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것일까.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자가 원청이기 때문이다.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힘없고 돈 없는 하청 사장이 노동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노조법 3조의 경우 쟁의행위로 손배청구를 할 수 없는 소위 ‘합법’의 기준을 현행 노조법의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청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오히려 너무 추상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사용자는 민사상 손배를 노동자 탄압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쓴다. 삼성그룹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유성기업의 2011년 ‘유성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 및 ‘향후 징계 절차 진행 및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 확보방안’ 문건을 보면 고액의 손배 청구로 노조 활동을 저지하라고 나온다. 이외에도 여러 사업장에서 무수히 손배·가압류를 실제 실행하고 있다.

사용자 재산권을 보장하는 범위는 넓지만 이로 인해 원천 박탈되는 노동자의 노동 3권은 노조법 3조에서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현행 노조법 2조는 ‘쟁의행위’에 대해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즉 쟁의행위는 원래 사업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다. 따라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노조법 3조를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7년 10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규약 위원회는 “손해배상 청구는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를 상대로 한 보복 조치”라며, “파업권이 효과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파업권 침해에 이르게 되는 행위를 자제하고, 쟁의행위 참가 근로자에 대해 이루어진 보복 조치에 대한 독립 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변 등 93개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9월14일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그리고 운동본부는 지난 11월1일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해 단 7일 만에 5만명의 동의 서명을 받았다. 이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돼 검토가 시작된다. 환노위는 이달 17일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고 22일부턴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실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개정안에 대해 5만명이나 동의할지 예상치 못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국회를 지켜보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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