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정남 기자>

플랫폼기업이 알고리즘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과 동시에 플랫폼 노동자를 통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플랫폼사로부터 업무를 강제로 부여받고, 플랫폼사에 대한 종속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에 소속된 노동자인데도 외형적으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로 오분류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플랫폼 평균 1.6개 사용, 3년 전보다 종속성 심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사장 김동만)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플랫폼 노동자 600명을 대상으로 삼은 실태조사를 분석해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음식배달 노동자와 대리운전 노동자 각각 200명, 택시노동자와 가사노동자 각각 100명을 전문조사원이 대면조사해 조사의 정확도를 높였다. 플랫폼으로 일감을 받는 방식이 알고리즘에 의해 강제적으로 배정되는 ‘강제배정’ 노동자, 강제배정과 자율적으로 일감을 선택하는 ‘혼합배정’ 노동자로 구분해 분석했다.

조사 결과 플랫폼 노동자 45.3%는 강제배정 노동자, 54.7%는 혼합배정 노동자로 분석됐다. 플랫폼 노동자는 여러 개의 플랫폼을 사용해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지만 분석 결과는 달랐다. 일하기 위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 개수는 1.6개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를 발표한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2019년 조사에서는 평균 3개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를 보니 많이 줄었다”며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의 책임 주체도 명확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의 임금을 플랫폼이 결정하는 비중은 67.0%에 달했다. 노동자 스스로 서비스가격을 결정하는 비중은 16.7%에 그쳤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강제배정 거부시 일감 미배정 경험 ‘63.8%’

플랫폼사는 알고리즘을 통해 일감을 강제로 배정한다. 이를 거부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살펴봤더니 앱 접속을 제한(45.2%)하거나, 접속하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63.8%)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플랫폼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대기시간이 긴 과업을 주로 강제배정하고 있다. 이는 강제배정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저임금 문제로 귀결하고 있다. 장진희 연구위원은 “강제배정 할당 비율은 51.3%로 최근 플랫폼사는 자율배정보다 강제배정에 더 많은 일감을 할당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시장의 초기 일감배정은 자율배정이 주된 방식이었으나 업체가 이윤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해 강제배정 중심으로 일감배정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사가 노동자를 통제하고 ‘고강도 노동-저임금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자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에게 일감 배정 원리와 원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가칭 ‘플랫폼노동 알고리즘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알고리즘이 공정하게 설계되고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정부 감독기구를 설립하고, 플랫폼 노동과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산업 문제 공동해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8명의 노동자가 강제배정·자율배정을 구분해 5일간 실제 일한 결과를 분석했더니 알고리즘이 배달노동자 업무를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뚜렷했다. 고객 평점을 반영해 배차(콜)의 질이나 양을 조절하고 있었고, 배차를 거부한 노동자에게 플랫폼사 콜센터에서 배달을 해 달라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 사실상 업무 지시와 다를 바 없다.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현종화 이륜차안전문화교육연구소장은 “말 잘 듣는 라이더에게 좋은 콜을 주고, 배차를 거부하면 보복성 콜 지연도 부여하는 사실상의 지시관리 체계적인 패턴을 확인했다”며 “플랫폼사는 알고리즘 뒤에 숨어 배달라이더의 노동성을 부정하는 도구로 AI 배차를 사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김동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알고리즘의 불공정성에 대해 플랫폼 노동자의 체감 정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확인됐고, 음식배달 배차실험에서도 알고리즘의 문제가 여실히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