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준) 출범식. <정기훈 기자>

일제강점기 항일혁명가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공식 출범했다.<본지 8월26일자 12~13면 ‘이재유 기념사업회 추진 속도 붙는다’ 기사 참조>

남과 북 독립유공자 인정 ‘최고의 혁명가’
노동·시민사회 230여명 준비위원 합류

노동자 투쟁을 중심으로 민족해방 투쟁을 이끈 이재유 선생은 ‘당대 최고의 혁명가’ 또는 ‘1930년대 좌익운동의 신화’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1905년 함경남도 삼수에서 태어나 1926년 일본으로 건너가 노동운동을 하면서 공산주의 운동가로 성장했다. 1928년 4차 조선공산당 사건으로 체포돼 조선으로 호송된 뒤 3년6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1933년 출소 뒤 이현상·김삼룡·정태식과 함께 노동현장을 기반으로 한 ‘경성 트로이카’를 결성해 활동했다. 1934년 경찰에 체포됐다가 탈출에 성공한 뒤 1936년 6월 조선의 절대 독립, 일본 제국주의 타도 등을 목적으로 활동하다 그해 12월 체포돼 징역 6년형을 받았다. 1942년 9월 형기가 만료됐으나 전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소하지 못하고 해방 1년 전인 1944년 10월 40세의 나이로 끝내 옥사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6년 이재유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남과 북 모두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에는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최승회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이사장,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등 각계각층에서 2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재유 선생을 세상에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이재유 나의 시대 나의 혁명> 저자 김경일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와 이재유 선생과 함께 ‘경성 트로이카’로 활동했던 이관술 선생의 후손 손옥희씨, 이효정 선생의 후손 박진수씨도 동참했다.

이재유 선생 옥사 77년 만의 결실
내년 기념사업회 출범 사업계획 승인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를 처음 제안한 이는 이날 별세한 고 김금수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상임고문이다. 2007년 그가 주도한 세계노동운동사 1기 학습모임에서부터 ‘일제시대 노동운동과 이재유’에 대해 학습하고, 2013년 김경일 명예교수 초청 특강을 하는 등 일찌감치 이재유 선생에 주목했다. 올해 4월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9차 총회에서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 준비위 추진을 목표로 한 사업을 결의했다. 이어 3차에 걸친 발기인모임을 거쳐 준비위 출범식에 이르렀다. 이재유 선생이 옥사한 지 77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당대 최고의 혁명가로 일제를 떨게 했지만 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재유 선생에 주목한 이유는 뭘까. 준비위는 출범식 자료집에서 “이재유 선생은 노동자와 민중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가진 혁명가였다”며 “노동자 투쟁과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실천을 통해 민족해방과 계급투쟁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노동운동가나 사회운동가들이 노동자 대중과 인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 열성을 다해 활동하고 있는가” “민족문제와 계급문제의 관계설정을 정확히 하고 이를 통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미래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실현을 위한 전술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재유 선생이 남긴 교훈은 이런 과제를 풀어 갈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고 김 상임고문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 속에 “고인이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은 사업”이라며 예정대로 진행됐다. 출범식에서는 당초 고 김 상임고문의 격려사를 대독해서 소개할 예정이었다. 그는 전날 주최측에 전달한 격려사에서 “준비위가 본위원회를 설립해 이재유 선생의 해방세상을 위한 혁명사상을 널리 세상에 펼치게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격려사가 그의 마지막 유지가 된 셈이다.

준비위원장을 맡은 최승회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이사장은 내년 5월1일 기념사업회 출범을 뼈대로 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앞으로 준비위는 이재유 선생 삶과 교훈을 중심으로 추모식과 연구·홍보사업, 회원모집 확대 등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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