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희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올해는 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하는 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올해 4월15일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계획 수립작업을 해 현재는 기본계획안이 마련된 상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신체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장기요양 수요와 그로 인한 지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요양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히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장기요양요원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현재도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노인 돌봄노동자는 약 5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규모와 중요성에 비해 장기요양요원의 처우는 열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노인돌봄인력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9%가 지난 1년간 고함·욕설과 같은 언어적 부당행위를 경험했으며, 20.8%는 성희롱이나 성적 신체접촉 등 성적 부당행위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주먹질 같은 신체적 부당행위를 경험한 비율도 33.7%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절반 이상은 시간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월 평균 근무시간은 108.5시간이지만 월 평균임금은 114만원에 불과하다. 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경우 1년 계약의 기간제 노동자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주로 파견노동자로 일하며 수급자의 수급수요에 따라 근무시간의 변동이 잦은 불안정한 노동형태를 경험한다. 특히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시급제 임금체계가 요양보호사의 낮은 임금 수준에 기여한다. 이에 대응해 장기근속장려금이 마련됐으나 금액자체도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일기관 근속 기간만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실제 혜택을 받는 인원은 적다.

인권위는 올해 4월13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권고안은 보건복지부에게 장기요양원을 인권침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수급자나 가족이 폭언·폭행·성희롱을 반복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재가요양보호사가 2인1조로 근무할 수 있도록 비용과 인력 등의 지원기준 및 방안을 마련할 것,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목표비율을 설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최소한 위의 나열된 내용에 대해서는 유보적이거나 불수용하는 입장을 인권위에 회신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근간이 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부분의 권고 개선안은 수용하지 않은 채 어떻게 지속 가능한 양질의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허용하지 아니”된다. 도구화되지 않고 존엄성을 유지할 권리는 노동하는 인간에게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임금체계는 마련하지 않은 채 급여비용을 책정하는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로부터 급여비용을 지급받는 것이므로 임금체계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장기요양기관, 폭행·폭언·성희롱 등 인권침해 상황으로부터의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장기요양서비스 공급을 위해 장기요양요원의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장기요양요원은 인간이 아닌 도구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2007년 제정됐지만 2016년이 돼서야 비로소 장기요양요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추가됐다. 그 이전까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국민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그 목적을 위해 고용된 장기요양요원의 인권에는 침묵하는 법이었다. 이제는 장기요양요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며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의무가 국가와 지자체에 부과돼 있다. 따라서 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23~2027년)은 인권위의 권고 사안을 반영해 장기요양 종사자들의 존엄과 인권에 대한 대책도 포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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