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7일 그간 활동을 중간보고했다. 연장근로 산정 단위기간 한 달로 확대,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도입, 포괄임금 규제를 위한 근로시간 기록이 핵심이다.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 권고안을 낼 계획이라고 하지만 결론은 사실상 나온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끝은 어디일까.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연장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포괄임금 규제, 직무성과급제 시행으로 모아지고 있다. 유연화, 성과 지향, 비용절감 등 사용자 중심의 노동정책이 가시화하고 있다. 노동문제 전반에 걸친 정책보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했거나 그동안 사용자측이 요구해 오던 정책들이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단위기간 개편을 통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는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높여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장 시간을 일하는 나라에서 노동시간을 유연화할 경우 노동자들은 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현재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확대하게 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을 통해 휴식권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적용돼 휴식권을 보장받기보다는 노동시간이 연장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과로 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임금도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각종 노동시간유연화 제도가 만나게 되면 노동자의 임금은 되레 감소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전적으로 임금에 의존해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생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노동시간 문제를 논의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그동안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방치하는 역할을 해 오던 제도로,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우선적으로 폐지돼야 할 제도다. 이런 상황에서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면서 업무시간을 규제하는 정도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직무급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고, 향후 지향해야 할 임금체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교한 평가도구 개발과 노사 공동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모든 직군·직무를 포괄해서 추진해야 하고, 특히 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 차원에서 추진해야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준비가 필요한 임금체계다. 성과급제는 환경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상호의존성이 확대됨에 따라 점점 더 협력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노동의 개별화·고립화, 소모적인 경쟁을 초래한다. 성과지상주의 만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돼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직무급과 성과급 양자는 그 취지가 서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다. 직무급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하후상박·격차 해소 등의 취지가 담겨 있는 반면, 성과급제는 경쟁·성과지향·격차 발생 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공약을 보면, 사업장 내 직무·직군·직급별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합의로 임금체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과반수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집단을 잘게 쪼개어 동의 절차를 간소화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현행법상에도 문제가 있으며, 노조활동 역시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된 사안은 노사 간의 현실과 이해관계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사용자 중심, 비현실적인 성과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노동정책의 핵심 주체인 노동자는 배제한 채 노동정책을 일방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과거 정부의 많은 노동정책이 노동자의 반대에 부딪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