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대한서울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기념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산업·지역별교섭 같은 다양한 교섭방식을 노동관계 당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에 따른 단체교섭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0조3항은 다양한 형태의 단체교섭이 활성화되도록 국가와 지자체에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지금 국가와 지자체는 어떤 책임을 이행하고 있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간, 다층 간의 교섭관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고용계약을 전제로 하는 노사관계를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개원 34주년을 맞은 노동연구원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변화하는 사회, 노사관계 재구성’을 주제로 기념세미나를 열었다.

다자간, 다층적 교섭관행 활성화하려면?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화물연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리바게뜨 제빵사 등 올해 상반기 한국의 노사갈등 대표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전부 공식적으로 고용된 게 아니거나 간접고용된 영역이죠. 또 이들 모두 2017년부터 일종의 사회적 합의 모델 성격을 갖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폭넓은 대화를 시도해 노동시장 질서를 재구축하려는 노력을 전개한 곳들입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2017~2018년 SPC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2019년 플랫폼노동(배달업) 사회적 합의, 화물운송업 안전운임제 노정합의, 2020~2021년 택배 부문 사회적 합의를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이라고 이름 붙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 밖에서 이뤄졌지만 정부가 나서서 판을 깔고, 다자간 사회적 합의 틀이 형성되면서 2차 노동시장(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 의미 있는 합의들을 이끌어 낸 방식이다. 기존 노사관계에 없는 새로운 관계성이 ‘비제도적 사회적 대화’ 틀에서 만들어지면서 이중구조 해소와 포괄적 노사관계 형성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비제도적 사회적 합의 모델이 성공하려면 △산업정책 차원에서 선제적인 대응(규제) △노동정책 차원에서 전향적 태도 △산별노사관계 체제의 강화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는 제도화되지 않은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느냐다. 김성혁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은 “다층적 교섭은 사회적 협약 형태가 많은데 시간이 가면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다층적 교섭 이행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이나 제도개선으로 연결시킬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다층적 교섭관행 활성화와 사회적 합의 모델 발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실질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정부부처가 안정적으로 참여하고 이행점검이 법제화된 제도적 사회적 대화와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다층적 대화 방식이 대기업 중심 고용체계로 수렴적 통합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일원화된 독점적 산업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사관계는 ‘양자구도’ 아닌 ‘삼각구도’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박제성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관계는 노사 양자적 구도가 아니라 제 정부와 같은 3자 보증인이 있는 삼각구도”라며 “업종별 단체교섭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의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의 대표성도 중요하다. 단체협약이 단순히 소속 노조 조합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대표하는 단위에서 속한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 효력을 미치는 ‘만인효’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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