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주최로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입법을 위한 국제사례분석 토론회. <정기훈 기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가 효과를 내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제도를 운용한 외국 사례가 소개됐다. 우리 안전운임제는 2020년 시행돼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 조항을 두고 있다.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도로 안전을 개선해 약 205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분석됐다.

도입 지역 사망사고 감소율은 다른 지역의 2배
“안전운임제 효과는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입법을 위한 국제사례분석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박영순·조오섭·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방한한 국제운수노련(ITF)이 토론회에 참가해 안전운임제 도입의 국제적 현황을 점검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자동차의 과적·과로·과속을 막기 위해 일종의 적정 운임, 최소 운임을 정해 이를 지급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시행됐는데 올해 말로 제도가 일몰된다. 화물연대본부는 2개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적용품목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데이비드 피츠 그리피스대 명예교수(경영학)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가 1979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서 정량적으로 파악 가능한 도로안전의 개선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피츠 명예교수에 따르면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와 호주의 그 외 지역에서 발생한 굴절식 트럭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비교할 때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년에 약 0.1%포인트씩 사망사고 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지 않은 다른 지역은 사망사고 발생률이 유지되는 추세다. 사고 발생률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171건의 사고가 더 발생했을 것이고, 사고 1건당 1.2명이 사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약 205명의 생명을 구한 셈이라고 피츠 명예교수는 설명했다. 피츠 명예교수는 “뉴사우스웨일스주는 한국의 6분의 1 규모”라며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사망사고 감소율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에서는 1천200여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전운임제는 1979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1989년부터 데이터를 분석한 해당 연구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사망자 감소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츠 명예교수는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분석할 때는 장기추세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통사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호주도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사망사고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런데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사망사고 감소율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높았다. 그는 “호주 기타 지역에서는 연간 2%에서 2.1%의 사망사고 감소율을 보였고,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연평균 2.6%에서 5%가 감소했다”며 “호주 전반의 도로안전 개선으로만 설명이 불가능해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월산 국제운수노련 도로운수분과 부의장은 “호주 사례의 핵심은 ‘운임을 인상하면 사고율이 감소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분명 선도적인 모델임이 분명하지만 일몰제와 적은 품목으로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일몰제를 폐지하고 품목을 확대해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벨기에·뉴질랜드 “한국처럼 안전운임제 도입해야”

지난 6월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이유로 파업할 당시 화주협의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뿐 아니라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최저운임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한국의 안전운임제가 선도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맞다.

어니타 로젠테터 뉴질랜드 퍼스트유니온 전략사업실장은 “한국의 (안전운임제) 경험은 뉴질랜드에도 매우 커다란 의미”며 “한국의 안전운임제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질랜드는 운송사 3개가 물류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로젠테터 실장에 따르면 전체 화물노동자의 60%가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 화물노동자인데, 이들은 단체교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있고 노조 가입률도 낮다. 화물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낮은 노동조건에서 경쟁해야만 한다. 뉴질랜드 산업안전보건청 역시 저임금과 열악한 산업안전보건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규제를 통해 바닥을 향한 경쟁을 피하는 방법을 설계할 기회를 보여줄 수 있다”고 권고했다. 퍼스트유니온은 안전운임제 도입 캠페인을 하고 있다. 최근 노동당 정부가 관심을 표명하면서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톰 피터스 벨기에 운수노조(BTB) 운수·물류본부장도 “가격 덤핑으로 착취되는 화물노동자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기에 운수노조는 “운송은 공짜가 아니다(Transport is not free of cost)” 캠페인을 시작해 대중과 사용자 단체, 정치권에 값싼 운임을 받는 화물노동자의 현실을 알려 왔다. 현재 사용자단체와 함께 다양한 운송 품목에 대한 운임표를 만들고 있다. 운임표가 완성되면 정부가 안전운임제를 설계하는 데 바탕이 되도록 정부에 운임표를 수용하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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