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이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이동우씨 산재사망 합의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내 3대 철강업체인 동국제강의 관련자들이 지난해 2월 부산공장에서 발생한 원청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제강은 올해 3월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고 이동우씨’를 비롯해 최근 5년간 5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공장장,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책임자 3명 금고형, 법인은 벌금 1천만원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김주영 판사)은 지난 8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국제강 부산공장 공장장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생산팀 책임자 3명은 각각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동국제강 법인은 벌금 1천만원에 처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2월16일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발생했다. 원청 직원 B(사망 당시 54세)씨는 당일 오후 5시께 약 13톤의 철강 코일 포장지를 제거하던 중 주변 바닥에 적재된 약 6.3톤의 코일 사이에 몸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소형크레인을 무선리모컨으로 조종해 코일을 옮겨 가며 커터칼로 포장지를 해체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크레인 경보음이 울리자 주변에서 작업 중인 동료가 달려가 코일 사이에 낀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작업계획서·작업지휘자 없었다”
피고인 “중량물 취급 아냐” 항변

고용노동부와 검찰 수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환경은 열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코일 사이의 간격이 좁아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 코일과 바닥의 코일 사이에 작업자의 몸이 끼일 위험이 존재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일부 코일은 약 50센티미터 간격으로 배치된 상태였고, 협착 사고 방지를 위한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작업지휘자도 현장에 없었고, 작업 매뉴얼도 배포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B씨는 홀로 코일 포장지를 해체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검찰은 공장장 A씨와 생산팀 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코일 포장지 해체가 ‘중량물 취급 작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안전조치 의무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중량물이 움직이며 추락·낙하 위험이 있을 때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이 정하고 있는데, 통상 바닥에 고정된 상태에서 코일 해체 작업이 이뤄지므로 작업계획서 작성과 작업지휘자 배치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고를 B씨 ‘개인 일탈’로 치부했다. 변호인단(법무법인 태평양)은 “크레인을 사용해 코일을 권상한 상태에서 작업한 것은 피해자의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코일을 바닥에 놓지 않고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작업한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 동국제강 공장 바닥에 적재된 철강 코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동국제강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동국제강 공장 바닥에 적재된 철강 코일.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동국제강 유튜브 영상 갈무리>

법원 “중량물 취급, 안전조치의무 있어”
“간단한 안전조치로 방지 가능한 사고”

그러나 법원은 코일 해체 작업이 ‘중량물 취급’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중량물 취급 작업이 기계를 이용해 중량물 자체의 이동이 수반되는 작업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크레인을 이용해 코일을 적재한 다음 코팅 작업장의 생산설비에 투입하는 업무까지 마무리 지어야 업무를 완수하는 것이므로, 포장지 해체 작업만으로 중량물 취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좁은 작업 공간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작업 공간의 부족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크레인으로 권상한 상태에서 해체 작업을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대재해조사 의견서에도 “피해자 혼자 작업하지 않고 작업지휘자가 함께 작업했다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재해로 판단된다”고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공장장 A씨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은 물론, 피고인들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 사고는) 간단한 안전조치로도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며 “작업계획서 작성·작업지휘자 배치·코일 간격 확보 등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단독으로 작업을 수행해 사망에 이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반성하면서 유족과 합의하고, 법인이 안전조치 개선을 다짐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조건으로 삼았다.

“위반 정도 비해 너무 가벼운 형벌”
‘이동우씨 사고’ 수사 답보 상태

이번 사고는 같은해 1월 식자재 납품업자가 화물 승강기에 끼여 숨진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그런데도 법원이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다고 법조계는 비판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코일을 들어 올린 상태서 포장지를 해체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피고인들은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했다”며 “안전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법인에 대한 1천만원의 벌금형은 위반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형벌이 가볍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동우씨 사고’와 관련한 수사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유족이 담당 검사와 면담한 결과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8월 초 원·하청 관련자를 송치했다. 동국제강 대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검찰의 2차례 보강 수사 지휘를 받아 노동부 본부에 질의를 올린 상태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본부에서 검토가 완료돼야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책임이 있으면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동국제강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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