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인아, 김동주 사람과안전영상제작소 PD

18년간 방역노동자로 일한 이학문씨는 뇌가 쪼그라드는 다발성신경계위축증을 앓고 있습니다.

이학문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그는 술 취한 사람처럼 어눌한 말, 휘청거리던 걸음걸이 때문에 힘들어 했습니다.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이학문씨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혼자서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시시각각 이학문씨의 뇌는 기능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방역소독 업무를 했던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이학문씨의 뇌를, 아니 삶을 망가뜨렸을까요.

이학문씨는 강력한 살충·살균 효과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와 회사의 지시에 따라 하루 10시간 넘게 방역·소독업무를 했습니다. 박물관 수장고에서 연기가 새지 않도록 테이프로 문과 창문까지 완전히 밀폐한 채 연막소독을 했습니다. 때로는 아파트에서 수천마리 바퀴벌레가 있는 정화조에서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고독성의 살충제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이학문씨는 스치기만 해도 화상을 입고 근처만 가도 냄새가 역했던약품들로 건강을 잃었다고 확신합니다.

해충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려 광범위하게 살포된 DDT는 해충뿐만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생태계까지 파괴했습니다. 모두의 안전과 위생을 위한 방역·방충 작업은 이씨에게는 뇌를 쪼그라들게 하는 이 됐습니다.

<매일노동뉴스>와 노무법인 사람과산재는 이학문씨 이야기를 통해 독성물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방역종사자의 안전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방역노동자 이학문씨 이야기] 1편 방역일 18, 나의 뇌는 쪼그라들었다2편 방역소독업체 급증, 유해물질 관리는 구멍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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