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이 소속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승인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본안 판단도 받지 못한 채 각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기술은 산재 승인으로 인해 산재보험료 증액과 산업재해율 상향에 따른 입찰 불이익 우려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산재 인정에 따른 구체적인 이익을 침해당하지 않았다며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단 ‘마지막 재해사업장’ 발전기술 선정
발전기술 “산업재해율 상향, 입찰 불이익”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조서영 판사)은 최근 한국발전기술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결정취소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의 발단은 노동자 A씨가 소음성 난청을 앓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1978년 10월부터 소속 업체를 바꿔 가며 2016년 1월까지 근무하다가 이후 발전기술에서 기계·전기업무 총괄 정비실장으로 일했다. 그런데 2020년 4월 ‘양측 소음유발 청력손실’을 진단받으며 공단에 요양급여와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은 지난해 7월 A씨의 청력손실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요양을 승인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면서 질병 발생의 주된 사업장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A씨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발전기술을 적용사업장으로 선정했다. 공단의 ‘요양결정시 적용업무 관련 판단에 관한 처리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자 발전기술은 산재 승인 석 달 만인 지난해 10월 공단의 요양급여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반면 공단은 발전기술이 처분 상대방이 아닌 제3자이므로 원고적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행정처분에서 법률상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원 “발전기술, 구체적 이익 침해 안 돼”
“지속적 소음 노출, 업무상 질병 해당”

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발전기술이 처분의 근거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다”며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사업주에게까지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은 없다는 취지다.

이러한 판단에는 A씨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라는 부분이 작용했다. 재판부는 “요양승인 결정은 사업주인 발전기술을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침해적 행정처분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발전기술은 A씨가 다른 사업장에서 ‘업무상 사고’로 질병이 생겼다고 주장했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공단이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요양급여신청서에 따르면 A씨가 계속적인 소음 노출을 재해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질병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 발전기술에서도 소음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공단이 사업장을 특정한 것이라며 발전기술쪽의 주장을 배척했다.

산재 승인으로 산업재해율이 높아져 공기업 입찰 참여시 심사기준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발전기술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재해율 공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며 “발전기술은 항고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로 인한 불이익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항고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소송을 말한다.

한편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 책임과 관련해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대표는 지난 2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원청인 서부발전의 김병숙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부터 대전지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 김용균재단 주최로 지나 4월19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처벌없는 김용균재판1심, 재판부에 묻다> 토론회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김용균재단 주최로 지나 4월19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처벌없는 김용균재판1심, 재판부에 묻다> 토론회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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