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예산에서 일자리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예산을 올해보다 1조5천억원 감액한 30조340억원으로 잡았다. 정부가 주도하던 직접일자리사업을 상당 부분 없애거나 축소하고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민간기업에는 취업하기 힘든 고령자를 위한 공공형 노인일자리 같은 사업이 대거 수술대에 올랐다.

공공일자리 줄이고 민간·시장형 일자리 늘리는
일자리사업 재구조화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3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성을 반영한 첫 예산안이다. 내년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는 총 639조원이다. 올해 본예산인 608조원보다 5.2% 늘었다. 다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6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올해 총지출보다는 6% 줄어든 규모다. 내년 본예산이 추경을 포함한 전년도 총지출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일자리예산은 ‘건전재정’과 ‘민간 중심 일자리 창출’ 기조 아래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4천7억원)과 고용장려금(-1조4천282억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3천364억원) 등을 큰 폭으로 줄이고 직업훈련과 창업지원, 장애인 지원유형에 투자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직접일자리사업도 902억원 삭감됐다. 일자리사업 성과평가에서 ‘감액’ 등급에 해당하는 사업 32개 중 25개가 폐지 또는 감액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특히 노인일자리 사업의 경우 올해보다 2만3천개 줄어든다. 양적인 측면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크다. 주로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들이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는 공공형 일자리는 6만1천개 줄이고, 대신 민간 중심의 시장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3만8천개를 늘리는 식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중소기업 청년노동자의 자산형성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도 예산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아 반토막이 됐다. 올해 1조3천99억원이 투입됐던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은 내년 6천724억원이 삭감된 6천375억원만 배정됐다. 정부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청년 장기근속을 지원하는 제도로 특화·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구직단념 청년의 도약준비금을 예산안에 반영해 달라는 여당의 요청에 따라 (가칭)청년도약프로그램이 내년에 신설된다. 5개월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참여수당 월 50만원과 이수수당 50만원 등 300만원을 준다. 내년 5천명을 대상으로 365억원을 편성했다.

직업능력개발에 사용하는 내일배움카드 예산은 1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천900억원가량 증액된다. 금속·동력·전기·전자 등 전통적 주요 산업 분야 훈련 지원을 확대하고 훈련단가와 훈련장려금도 인상된다.

▲ 기획재정부
▲ 기획재정부

“재정 안전판보다 재난불평등 해소 위한 재정확대 필요한 시점”

일자리예산이 줄면서 정부 전체 예산에서 일자리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올해(5.2%)보다 소폭 감소했다. 정부는 재정 방향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고 강력한 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절감한 재원은 국정과제 이행 등에 집중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 안전판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건전재정 기조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원 보수는 서기관(4급) 이상은 동결하고 장차관급은 1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의 예산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작은정부’의 후속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금은 재난으로 무너진 시민의 삶을 회복시키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할 적극적 재정 확대가 필요하고, 세제정책 역시 부자 감세가 아닌 누진 증세를 지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달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맞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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