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택배노동자가 택배업무를 시작한 뒤 이전과 비교해 4배 이상 요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통 외 다른 질병을 호소하는 비율도 택배업무 시작 후 크게 늘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회관에서 택배노동자의 노동 및 안전보건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최근 한국노총과 중앙연구원이 택배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0명 가운데 택배업무를 시작한 뒤 요통을 경험한 비율은 67.6%로 나타났다. 이는 택배업무 시작 전 17.6%보다 4배가량 높다. 다른 질병도 유사했다. 어깨와 목, 팔 같은 상체(상지) 근육통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택배업무 시작 전 30%에서 시작 후 71.%로 2배 넘게 늘었다. 하지 근육통(71.4%)이나 복통(35.2%), 치질(21.4%)을 앓은 경험도 업무 시작 전보다 모두 높았다.

덥거나 추운 작업환경 3.98점, 상급자 갈등 3.51점

질병 원인을 하나로 콕 집기는 어렵다. 질병 원인에 대한 인식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13개 항목 모두 3.5점을 넘었다. 노동환경 전반이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덥거나 추운 작업환경이 문제라는 인식이 3.98점으로 가장 높았고 △업무 중 발생하는 분진(3.89점) △과중한 물량(3.85점) △고객과의 갈등·장시간 노동(3.82점) △부족한 휴식시간(3.8점)이 뒤를 이었다. 상급자 및 직원 간 갈등 같은 업무 관련 스트레스(3.51점)가 가장 낮았다.

노동자들은 건강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택배노동자는 건강관리와 산재 예방 필요 요인을 물은 결과 기본중량 제한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4.35점으로 가장 높았다. 허브·서브터미널 개선(4.23점), 하루 최대 업무시간 제한 및 밤 9시 이후 배송금지(3.76점)가 뒤를 이었다. 다만 하루 최대 배송물량 제한 같은 항목은 3.29점으로 상대적으로 호응이 낮았다. 물량이 줄어들면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서연 한서대 교수(보건상담복지학)는 “요통과 관련한 허리·어깨·다리와 무릎 통증은 대부분 근골격계 관련 질병으로 택배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해결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했다”며 “현실적인 중량물 제한제 기준 마련과 적정 요금 설정으로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택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당처우 개선 위해 노조 가입, 수수료 인상 요구 커

택배노동자들은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를 받고(54.7%)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43.3%)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54.7%)이 노조에 만족하고 있지만 일부(37.6%)는 보통 수준이라고 인식했고,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3%로 나타났다.

노조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 14개 항목을 물은 결과 수수료 인상(51%)과 지점(터미널) 작업환경 개선(15.7%)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 5일제 도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도 10.5%로 나타났다.

택배 1건당 평균 배송 수수료가 700~800원(52.9%) 수준이고 일주일 평균 근무일수가 6일(97.1%)이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상범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 만족도가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 수수료 인상 같은 적극적 활동이 필요하고, 적극적 의사결정 조직에 참여해 노조의 집단적 발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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