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한 56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지난 폭우 희생자에 대한 추모행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재난이 주거취약계층과 장애인에게 집중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공동행동을 한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서비스연맹·주거권네트워크·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비롯한 177개 단체는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 발달장애인 빈곤층 노동자 추모공동행동’(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결성하고 일주일간 추모주간을 운영한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개발, 사회 불평등이 낳은 재난에 스러져 간 이웃들을 추모한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모행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폭우 참사와 미흡한 대응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8일 수도권 집중호우로 침수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50대 여성 장애인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같은날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부루벨코리아지부 간부 홍아무개씨와 10대 딸, 발달장애인 언니가 숨졌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폭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퇴근하고 고층 아파트에 머물렀다”며 “대통령실의 폭우 참사 후속대책은 3명이 숨진 반지하 주택을 배경으로 ‘대통령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카드뉴스를 제작해 배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순차적으로 없애 나간다는 내용이다. 추모행동은 단순히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강훈 변호사(주거권네트워크)는 “그 누구도 폭우가 오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집을 고르지 않는다”며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지하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와 지자체가 반지하 주택 거주자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추모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 이번 폭우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19일 저녁 분향소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를 주제로 시민추모제를 진행한다. 추모주간이 끝나는 23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 요구안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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