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에서 폭발·누출사고로 사망 99명을 포함해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40년 넘게 운영한 산업단지 노동자가 65%를 차지한다. 노후산업단지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산업단지 현장 실태를 고발하고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현장 노동자와 인근 주민, 전문가의 글을 5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조천래 여수환경운동연합 산단환경위원
▲ 조천래 여수환경운동연합 산단환경위원

석유화학산업은 각종 인화성 화학물질 및 기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장치산업이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자동제어·빅데이터운전 등이 도입되면서 첨단화·고도화돼 가고 있다. 하지만 화학공장은 대형사업장의 경우 다량의 화학물질이 쉼 없이 이송되는 연속공정으로 가동되기에 사고 발생시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화학사고는 단순히 화재·폭발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화학물질의 특성에 따라 주변 지역에 영향을 미쳐 주민과 환경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단지는 가동 기간이 20년이 지나 시설의 노후·부식으로 사고위험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화학사고의 주요 원인은 설비관리 미흡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경부는 취급시설관리기준 강화, 정기검사 실시, 작업자 안전교육과 같은 관리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안전보건공단은 ‘노후설비의 관리에 관한 기술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주로 정의나 형식에 대한 전반적인 것만을 담고 있어서 기업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또한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없는 참고자료 수준일 뿐이다.

최근엔 노후화 설비에 대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를 통해 분석하는 방법이 연구되거나, 영국의 노후화한 공장 관리 방법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되는 등 노후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학물질 관련 전문가로서 시민·사회단체 산단환경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 노후설비 관리 방안에 대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설비는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기존의 5곳 관계기관(화학물질안전원·가스안전공사·안전보건공단·소방청·에너지공단)에서는 개별법에 따라 각 설비에 대한 정기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법의 특성상 서로 다른 기준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검사는 반복적이고 의미가 없다. 따라서 설비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세부적인 검사항목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개별설비에 대한 위험성 평가에 의한 검사기법(RBI, Risk Based Inspection)이나, 설비의 잔존수명검사와 같은 종합적인 검사·관리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화학물질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가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가 그 지역 내의 화학물질 관리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으나, 산업안전과 화학사고와 관련한 다른 개별법에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사고는 지역에서 발생하고 지역주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때문에 지자체에서 기업의 환경과 안전에 관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도록 하고, 법에서 정하는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판단된다. 전문성이 문제가 된다면 지역 전문인력을 정무직 등으로 채용해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시행하기 어렵다면 화학설비진단 전문기관을 설립 또는 지정해 현장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법제화하면 된다. 산업단지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안전관리에 대한 규제에 자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화학공장의 안전관리 문제는 오랜 시간에 걸친 누적 손상의 결과이거나 주변 환경의 유해·위험 물질 노출에 의한 복합작용의 결과다. 대형산업재해는 인명 피해, 경제적인 손실 발생으로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예방관리 대책 수립과 노후설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식개선·교육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노후설비에 관한 특별법 제정((국회 국민동의청원, bit.ly/노후설비특별법제정)은 화학사고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기업의 안전문화 정착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후설비특별법이 모든 화학사고의 원인을 해소할 수 없겠지만, 화학사고를 줄여 나가는 전략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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