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은 대한작업치료사협회 부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의 현주소를 수치로 살펴볼 수 있는 거울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20개 보건의료 분야 직종에 대한 현황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인력이 늘어난 직종은 간호조무사이고 가장 빠르게 증가한 인력은 보건교육사(연평균 19.4%)와 작업치료사(연평균 15.4%)다.

작업치료사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에서 정하는 ‘의료기사’ 범주에 포함되는 6개 업종 중 하나다. 국가고시를 통해 면허를 취득한 후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를 회복시키기 위한 재활치료에서 감각·지각·활동훈련 및 인지 재활치료, 삼킴장애 재활치료, 일상생활 훈련, 운전 재활 및 직업재활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2018년 조사 당시 복지부에 등록된 인력은 1만4천727명이었는데 올해는 2만2천197명으로 매년 약 10%를 상회하는 빠른 인력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전체 면허등록 인원의 77%가 여성으로 구성된 특징도 보인다.

이렇게 빠르게 증가한 작업치료사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어디에서 그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을까? 2017년에는 총면허자 기준 약 97.2%가 보건의료기관(병원·의원·보건소)에서 종사하고 있었으나 최근 그 비율이 44.9%까지 감소했다. 그사이 장애인복지시설·장기요양시설·특수학교·보조기기 센터 등 비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작업치료사는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작업치료사들의 노동시장 확장과 발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비의료기관은 비정규직 비율이 43.2%로 의료기관보다 더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비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의료기관에 비해 높은 연봉이 꼽힌다.

최근 10년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작업치료사들의 평균 연봉은 2천255만원에서 3천86만원으로 연평균 3.2% 증가했다. 그마저도 여성 작업치료사는 남성의 86%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임금을 보면 1억3천880만원에서 2억3천69만원으로 연평균 5.2%가 증가했고, 작업치료사와 협업하는 재활의학과 의사의 임금은 3억7천933만원이다. 물론 보건의료업무에서 중심적 역할이 의료인에게 있으므로 다른 보건의료직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의 상태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그에 필요한 작업치료의 시행을 처방하는 업무와 실제 작업치료를 시행하는 업무 간의 전문성과 노동력에 대한 대가가 12배나 나는 것이 공정한지, 미래의 보건의료를 준비하는 일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작업치료사를 예로 들었을 뿐 이러한 임금 불균형 문제는 물리치료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 모든 의료기사의 문제다. 비의료기관 이직으로 업무범위 이외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고유 업무를 잘 하지 못한다는 응답률이 30%를 넘는다. 아울러 30대·40대의 비활동 의료기사 증가 역시 살펴봐야 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의학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올라서 있으며 국민 생명을 최선을 다해 지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를 포함해 다양한 만성질환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국민에게 지속적이고도 전문적인 예방적·의료적 건강관리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높여야 할 책무가 국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역별 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숙련된 보건의료인력이 계속해서 임상 현장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도 국가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2019년 10월 보건의료인력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우수한 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됐다. 이 법에 근거해 이번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또한 이를 토대로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이 수립된다고 한다. 이번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의료인뿐 아니라 각 직역 보건의료 종사자들에게도 의견수렴 통로를 활짝 열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목적에 맞는 미래를 준비하는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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