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폭언·모욕·사적용무 지시를 갑질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정작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제도처럼 노동관계법에 규정된 사항을 위반하는 데 대한 감수성은 낮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10일부터 16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는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30개 문항으로 정리하고 이에 동의하는 정도를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2019년부터 매년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를 조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직장갑질 감수성 지수가 평균 73.8점으로 전체 5등급 중 3등급(C등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20년 69.2점, 지난해 71점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감수성이 가장 높은 항목은 폭언(상사가 화가 났다면 심한 언사를 할 수도 있다)으로 조사됐다. 이어 △모욕(다소 모욕적인 업무지시도 때로는 필요하다) △사적용무 지시(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도 부탁할 수 있다) △따돌림(따돌림을 받는 직원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음주 강요(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두 잔 정도는 마셔 줘야 한다) 순이었다.

감수성이 가장 낮은 항목으로는 육아직원 편의 제공(어린아이를 키우는 직원의 편의는 봐 줘야 한다)가 꼽혔다. 이어 △저성과자 해고(일을 못하는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은 필요하다) △퇴사한 직원에게 책임 묻기(갑자기 일을 그만둬 버린 직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맡긴 일을 하기 위한 야근(맡겨진 일은 시간외근무를 해서라도 끝내야 한다) △채용공고 과장(채용공고는 어느 정도 과장할 수도 있다)이 뒤를 따랐다.

하윤수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폭언·모욕·사적용무 지시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식하고 이를 금기시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작 노동관계법 위반에 해당하는 채용공고 과장이나 육아직원 편의 미제공에 대해서는 이를 갑질로 인식하는 수준이 낮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하 노무사는 “직장갑질 감수성이 낮은 괴롭힘 유형과 사례를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반영하고 직장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통해 직장인들의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