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노조 조합원들이 시청 로비에 진입해 농성한 행위는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노조 간부 A씨와 B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사태의 발단은 2018년 10월께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가 김천시통합관제센터 기간제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합원 150여명은 시청 본관 로비에 들어가 농성한 뒤 밤늦게 해산했다. 노조간부 5명은 시장실을 점거하며 이틀째 농성했다.

검찰은 노조간부와 조합원 10명에게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또 노조간부 일부는 청사 방호원의 휴대전화 촬영에 항의해 소파를 던지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보고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했다. 김천시청 앞 가로등 분전함에 멀티탭을 꽂아 전기를 끌어 썼다는 혐의(절도)도 받았다.

1심은 “김천시청에 들어간 행위는 관리자의 명시적·묵시적 의사에 반하고, 청사 관리에 관한 사실상의 평온을 해쳤다”며 A·B씨에게 각각 징역 6월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장 C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른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노조측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지만, 1심 결론이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건조물침입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다른 절도 혐의 등을 함께 받은 노조간부 2명의 상고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돼 개방된 시청 로비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청 1층 로비는 업무시간 중에는 출입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 전에도 시위 참가자들 일부가 시청에 아무런 제지 없이 출입하며 1층 로비에서 1인 시위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로비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고, 현관을 밀고 들어가는 등 위세 또는 힘을 이용한 정황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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