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전산 유지보수 노동자 파업을 알렸다. <정소희 기자>

법원의 전산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공무직 전환을 촉구하며 30일 오후 6시부터 다음달 1일, 4일에 시한부파업을 한다.

공공운수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법원행정처에는 17개 직종·16개 용역업체 소속의 하청노동자가 873명 있는데 이 중 800여명이 전산직 노동자다. 전산운영 직종으로 등기전산장비와 각급 법원의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160여명의 노동자들 중 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지부장 최근배)와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지회장 김창우)에 가입한 83명이 파업에 참여한다.

인건비 ‘할인’으로 하청사 후려치는 법원행정처

노조는 지난 3월부터 하청업체 ㈜정보와기술과 다섯 차례에 걸쳐 임금교섭을 했으나 사측이 인건비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지난 1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 수준을 인상할 것과 법원 소속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올해로 등기전산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17년간 수행한 김창우 지회장의 지난달 임금은 세후 200만원 정도다. 이들의 임금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법원행정처가 용역업체를 선정한 후 ‘특별 할인율’ 41.276%(2021년 기준)을 적용해 직접인건비 원가를 후려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용역 대가 산출내역서를 보면 팀원급 노동자 30명의 인건비는 매달 약 1억2천만원이지만 업체 선정 과정에서 5천200여만원이 ‘할인’되면서 직접인건비 원가는 7천500여만원으로 낮아진다.<표 참조>

김창우 지회장은 “법원행정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 내역서에는 지난해 약 37억원을 용역 대가로 산정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 사용한 금액은 21억원뿐”이라며 “법원행정처에 16억원의 사용처를 물었더니 ‘다른 사업에 사용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원청인 법원이 할인으로 인건비를 한 번 깎고 용역업체가 이윤율을 적용해 또다시 깎는 탓에 하청노동자는 이중착취에 시달린다.

자료 : 공공운수노조
자료 : 공공운수노조

최저임금 받는데 고도의 전문성?
노동부 “사법부 감독 삼권분립 어긋나”

노조는 이 같은 임금착취를 막기 위해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공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산 유지보수직은 1997년부터 용역업체에 고용돼 일해 왔기 때문에 상시·지속업무에 해당한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요건을 충족하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법원행정처는 노조의 공무직 전환 관련 질의에 “민간 고도의 전문성, 시설·장비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전산직 노동자들이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이들의 업무가 사무용 컴퓨터와 프린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데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과거에 공무원이 하던 업무고 지금도 법원 공무원들에게 근태관리를 받는다는 점에서 법원이 ‘원청’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배 지부장은 “매일 아침 출퇴근부를 각급 법원 전산계장이나 총무과에 있는 공무원에게 확인받고 용역업체로 출근부를 전달한다”며 “법원 공무원과 하청노동자들은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정책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노동부에 관리·감독을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사법부 등 헌법기관에 행정부의 대책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상 한계가 있다”고 답변했다.

법원행정처는 “올해 법원 전산장비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에서 예산대비 낙찰률은 98%”라며 “대법원은 편성된 ‘각급 법원 전산장비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 예산 범위 내에서 조달청을 통한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정보와 기술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한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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