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호활동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 김순종(70)씨의 ‘골괴사’가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최악의 잠수병’으로 불리는 골괴사는 심한 관절활동으로 뼈에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뼈조직이 죽어 가는 질환이다. 김씨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 8명은 골괴사로 인해 생업인 산업잠수사를 포기해야 했지만,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골괴사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일상생활도 어려운 상황에서 병원 치료비도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던 민간 잠수사들에게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의 길이 처음 열렸다. 참사 이후 8년 만이다.

‘고 김관홍법’ 만들어졌지만
골괴사, 세월호 참사와 인과관계 인정 못 받아

27일 법무법인 감천과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에 따르면 김순종씨의 왼쪽 어깨관절 무혈성 괴사에 대한 산재 요양급여신청이 지난 20일 승인됐다. 40여년간 산업잠수사로 일한 김씨는 세월호 참사 소식에 본업을 잠시 내려 두고 2014년 4월18일 전남 진도 앞바다로 향했다. 그 후 두 달 이상 해경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 수색과 구조활동을 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한 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매일 1시간 이상 바다로 뛰어들었다.

김씨는 구호업무가 끝난 후 왼쪽 어깨 관절의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혈액공급이 안 돼 뼈가 괴사하는 ‘무혈성 골괴사’ 진단을 받았다. 무혈성 골괴사는 고기압 환경에서 일하는 잠수사에게는 자주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잠수활동으로 인한 신체 압력 변화가 잦을수록, 잠수 경력이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다.

수술 후에도 통증은 이어졌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 생계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2020년 5월 민간 잠수사도 세월호 피해구제 대상에 포함하는 ‘고 김관홍법’(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김씨는 보상을 신청했지만 해경은 김씨의 부상등급 결정 과정에서 무혈성 골괴사는 누락했다. 수난구호 활동과 무혈성 골괴사 발생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김씨를 비롯한 민간 잠수사 8명은 해경을 상대로 무혈성 골괴사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도 세월호 구조활동으로 골괴사가 발병했거나 악화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경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요청으로 자문을 한 의료진은 “잠수사들은 세월호 구조활동 시점에 이미 최소 14년의 잠수경력을 갖고 있다”며 “구조활동 투입 이전에 골괴사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김씨가 산재를 신청하게 된 이유다.

공단 “잠수사 골괴사, 업무상 재해”
“세월호 구조활동시 가혹한 잠수환경 골괴사 원인됐을 것”

근로복지공단은 김씨의 골괴사가 진단된 시점(2014년 7월10월) 이후 시간이 흘러 규정상 산재신청 기간을 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세월호 참사 구조활동은 자원봉사로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산재보험 목적과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관련성 특별진찰에서 골괴사가 세월호 직후 발병한 상병이고, 당시 가혹한 잠수환경을 고려하면 골괴사가 잠수로 인해 충분히 유발될 수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장기간 수심 10미터 이상 깊이에서 작업한 경험을 고려할 때 골괴사와 업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순종씨는 “세월호피해지원법에서 골괴사는 보상되지 않아 사는 게 막막했는데 산재로 승인돼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우경 공인노무사(법무법인 감천)는 “세월호 민간 잠수사는 큰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다만 생계와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며 “김씨 외에도 3명의 잠수사가 골괴사로 산재신청을 한 상태고 다른 1명은 산재 불승인 판정을 받고 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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