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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회가 YTN 시사·교양프로그램 막내작가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사건에서 초심 취소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해당 작가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각 결정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막내작가와 방송사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에 중노위가 제동을 건 셈이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중노위는 지난 3일 YTN 시사·교양프로그램 <다큐S프라임> 작가로 일한 A씨가 서울지노위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재심사건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초심을 취소했다. 부당해고가 성립하려면 A씨가 근기법상 근로자여야 하기 때문에 A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초심 취소 사유는 30일 이내 송달되는 판정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계약기간 남았는데 ‘해고’된 막내작가

A씨는 지난해 4월 YTN사이언스 과학 다큐멘터리 <다큐S프라임> 작가로 일하다 같은해 9월9일 ‘해고’됐다. 원래 계약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까지였는데, 3개월 넘게 계약기간이 남은 시점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약해지를 당한 것이다.

YTN사이언스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에 방영되는 <다큐S프라임>은 3개 팀(A·B·C)이 순차적으로 제작한다. 한 팀은 PD와 서브PD, 메인작가와 서브작가(혹은 막내작가)가 1명씩 포함돼 4명으로 구성돼 있다. A팀 PD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1명은 YTN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다. A씨는 방송작가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막내작가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해 지난해 4월19일부터 C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해당 공고에는 일하는 곳은 서울 마포구 YTN뉴스퀘어 본사로 근무형태는 상근(오전 10시~오후 6시)으로 기재돼 있었다.

A씨는 자료 조사와 섭외, 속기, 자막 작성, 홈페이지 관리 등 업무를 맡았다. 제작팀장이 아이템을 선정하면 자료를 조사하고 출연자·촬영장소를 섭외한 뒤 PD가 촬영한 영상을 보고 프리뷰·자막을 작성하는 순서로 업무가 진행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제작팀장에게서 직접 지시를 받거나, 제작팀장의 결정에 따라 C팀 PD나 메인작가에게 전반적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서울지노위는 “작가업무를 수행하면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YTN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메인작가와 상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이며, YTN과의 관계에서 업무지시의 수직적 상하관계가 존재한다거나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 같은 막내작가는 메인작가의 지시를 받은 것일 뿐 회사 차원이나 정규직 직원에게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동부에 이어 중노위도 ‘막내작가는 근로자’

A씨를 대리한 신선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판정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주장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초심에서는 프리랜서 메인작가가 주로 업무지시를 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했는데, 정규직이든 프리랜서든 방송사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지시가 이뤄진 것이고 방송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업무내용이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 책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 중노위에서 일부 받아들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막내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처럼 노동위원회도 막내작가의 명백한 근로자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지난해 지상파 3사 근로감독에서 막내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MBC 근로감독을 담당한 서울서부지청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MBC 방송작가 근로감독 결과 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리서처·취재작가에 대해 “구조적으로 기자·PD 또는 방송작가 등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올해 초 지부와 만난 KBS는 면담 자리에서 노동부 근로감독 이후 취재작가에 한해 본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부 연구용역으로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수행해 2020년 발행한 ‘업종별 자율점검 지원사업 막내작가업종 최종보고서’에도 “막내작가의 근로환경 실태를 보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방송업계 종사자”라고 판단했고, “메인작가는 주체적인 사업운용을 하는 주체라기보다 한 기업의 팀장으로서 프로젝트 완성을 위해 업무상 지휘·명령을 하는 행태에 가깝다”고 봤다.

시사·교양프로그램 작가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노위에서 최초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MBC <뉴스투데이> 작가들의 경우 보도국 소속이었고, 지난 4월 중노위가 근기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KBS전주 <생방송 심층토론> 작가도 보도국 소속이었다. ‘MBC 근로감독 결과 보고서’에서도 노동부는 보도·뉴스 분야와 달리, 시사·교양 분야는 근로자성 인정 여지가 낮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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