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을 돌입했다. 늘 그렇듯 자본은 불법파업과 물류대란을 운운하고 있고, 정부는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하도록 상황을 방치한 책임이 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도 기민하게 자본과 머리를 맞대고 ‘파업 동향 및 대응 시나리오’를 짰다. 이 자료에서 정부는 이번 파업의 핵심 현안인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들에게 갖는 의미를 애써 폄하하면서, ‘화물연대가 겉으로는 안전운임제 지속을 주장하지만 실제 목적은 운송료 인상’이라고 당당히 적기까지 했다.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집행되도록 감독 및 규제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정작 이처럼 제도에 대한 심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으로 현행법에 안전운임제를 도입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2018년 4월17일 개정)은 개정이유에서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명기했다. 화물노동자의 권리를 전방위적으로 제약하는 ‘지입제’의 만연, 화물노동자의 근로조건에 하향압박을 가하는 다단계 위탁구조의 횡행으로 인해 화물노동자는 상시적으로 과로·과속·과적운행을 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었다. 그렇기에 화물노동자의 노동에서 안전이란 구조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안전운임제는 이를 제도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애초 안전운임제가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심지어 일몰조항으로 도입된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교통연구원 주관 및 주최로 열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에서는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분석한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두 연구 모두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노동자의 과로와 과적이 감소한 결과 전반적인 노동위험수준 또한 낮아졌다는 데 결론을 같이했다. 나아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화물운송시장의 특징인 다단계 거래구조도 감소했음이 확인됐다. 화물운송시장의 운임구조를 안전 관점에서 통제하고 규율하고자 하는 안전운임제가 실제 도로 위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음이 실증된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운임제 적용 업종 확대와 일몰조항 폐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수순임에도, 정부는 개선 노력은 뒤로한 채 여론몰이에만 골몰하고 있다.

또한 안전운임제를 축소 혹은 폐지하려는 시각은 국제사회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미 2015년 채택한 ‘육상운송의 안전에 있어 최적의 노동관행에 관한 결의안’은 ‘공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안전한’ 임금체계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ILO가 2020년 발표한 ‘운송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 및 안전 증진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한 운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운송노동자 또한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의 노동권을 누려야 한다고 짚었다. 이 점에서도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으로 기능하는 안전운임제의 제도적 타당성과 보편성이 인정된다.

화물운송을 포함한 물류 종사자들의 노동은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지극히 필수적임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서는 가시적이지 않다. 노무제공 자체도 그렇지만 안전 문제에서도 그렇다. 사고가 만연해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혹은 ‘업계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태도 때문에 ‘안전’과 ‘운임’을 함께 묶어 비로소 법에 명기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 첫발을 뗀 안전운임제가 일몰조항으로 인해 2022년에 끝을 맺는다면, 사라지는 것은 안전운임제에 관한 몇몇 법조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물노동자의 안전, 나아가 도로 위를 오가는 모든 시민의 안전 그 자체일 것이다. 안전에 대한 방기가 어떤 참사를 불러오는지를 우리는 반복적으로 뼈저리게 경험했다. 안전에 일몰이 있을 수는 없고, 화물운송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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