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통연구원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토론회. <정기훈 기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노동자들의 소득은 증가하고 근로시간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 내용 일부를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 시행 효과가 확인된 만큼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컨테이너·시멘트 차주 월 수입 각각 73만원·223만원 증가
월 근로시간은 컨테이너 차주 5.3%, 시멘트 차주 11.3% 감소

2020년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의 월 순수입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컨테이너 차주의 월 순수입은 373만원으로 2019년 300만원에 비해 73만원 증가했다. 지난해 시멘트 차주의 월 순수입은 424만원으로 2019년 201만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월 순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컨테이너·시멘트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컨테이너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2019년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으로 5.3% 줄었다. 같은 기간 시멘트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감소했다. 안전운임제가 화물차주 근로여건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운송업계의 다단계 거래 관행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품목에서 3단계 이하 거래 비율은 2019년 94%에서 지난해 98.8%로 증가했다. 가격입찰을 통한 운송계약이 감소하면서 시장 경쟁이 완화된 효과도 확인됐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이 결정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서비스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용 특수 견인차 교통사고 건수 2.3% 감소,
부상자 1천79명에서 991명으로 줄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해결하고 교통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종을 포함한 사업용 특수 견인차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690건에서 2020년 674건으로 2.3% 감소했다. 사업용 특수 견인차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2019년 1천79명에서 2020년 991명으로 8.2% 줄었다.

안전운임제가 과적·과속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사업용 특수자동차에 대한) 과적 단속건수는 2019년 7천502건에서 7천404건으로 1.3% 감소했다. 과속 단속건수는 2019년 220건에서 224건으로 1.8% 증가했다. 다만 화물연대본부와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안전운임제 시행 전후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과적 경험 비율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 24.3%에서 시행 이후 9.3%로 감소했다. 과적 원인은 화주·운송사의 요구 같은 비자발적 원인이 62.9%를 차지했다. 더 많은 수입을 위해 과적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31.4%였다.

해당 조사에서 과속 경험 비율도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 32.7%에서 시행 이후 19.9%로 감소했다. 과속 원인은 △화물 도착시간 준수(48.6%) △운송건수를 높여 수익 추가(25.7%) △일찍 도착 후 휴식(6.8%) △교통체증 회피(2.7%) 순이었다.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한국교통연구원 연구 결과에서 과적·과속과 관련한 긍정적 지표가 높지 않은 데는 비자발적인 과적과 과속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본부 “기울어진 운동장 균형 맞추는 안전운임제”
무역협회 “실험적인 제도인 만큼 예정대로 일몰해야”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상 일몰조항으로 인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일몰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화주·운수사·차주 간 안전운임제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차가 컸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서 컨테이너 화주 43.5%와 시멘트 화주 80%가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컨테이너 운수사와 시멘트 운수사는 각각 45%와 20%가 안전운임제 폐지에 찬성했다. 컨테이너 차주 94.3%와 시멘트 차주 84%는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준봉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안전운임제는 실험적인 제도인 만큼 예정대로 일몰해야 한다”며 “공급자와 수요자 간 상생이 가능한 합리적인 시장 요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진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상무는 “매우 경쟁이 치열한 화물운송시장에는 화주의 우월적 지위가 남아 있다”며 “중소 운수사에 고통을 주는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연수 정책기획실장은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안전운임연구단 연구에서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위험한 운송 형태가 감소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화물운송산업에서 균형을 맞춰 주는 제도”라며 “안전운임제가 주체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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