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지난달 4일 출시된 노동공제연합 풀빵의 ‘풀빵비상금고’ 신청이 두 달도 안 돼 마감됐다. 신청 순서에 따라 선착순으로 노동자 150명에게 지원하려 계획했으나 189명이 몰려 조기에 마감하게 됐다고 풀빵쪽은 설명했다. 신청자는 대부분 대리운전 노동자, 제화노동자, 봉제노동자, 지하철 청소노동자 같은 비정규직이었다.

풀빵쪽은 29일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신청이 마감됐다”며 “불안정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소액 지원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순미 풀빵 공제·홍보팀장은 “지원 가능한 150명을 넘어 마감 공지 전에 189명이 신청했다”며 “긴급하게 자금을 편성해 모든 분이 금고에 가입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속히 노동자 지원기금을 더 확보해 2차 비상금고 신청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노조와 사회연대기금,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빵비상금고’는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의료비, 생계비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은행 문턱에 막혀 현금서비스나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동자들이 매달 5만원 혹은 10만원씩 내 90만원을 적립하면 풀빵쪽이 응원금 10만원을 지원해 총 100만원의 비상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응원금 종잣돈은 KT와 포스코가 기부한 1천500만원이다.

풀빵은 적립된 비상금으로 ‘비상금고’를 구축해 긴급 생활자금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최대 300만원까지 소액대출금을 지원한다. 90만원을 적립한 노동자가 응원금까지 합해 100만원을 일시에 찾아갈 수도 있고, 2% 금리로 2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봉제노동자 배아무개씨는 “나라에서 청년들을 위한 적금상품을 지원해 주는 뉴스를 볼 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풀빵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비상금고라는 품목이 나왔을 때 희망통장이 생기는 것 같아서 가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수호 풀빵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약 노동자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당장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려울지라도, 비상금고처럼 상부상조 정신을 살린 지원을 통해 취약 노동자들의 삶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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