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검찰이 불법파견 혐의가 인정된 원청 대표보다 이를 규탄한 해고노동자에게 높은 형량을 구형해 비판이 인다. 노사의 범죄 행위에 대한 검찰 시각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불법파견 범죄 처벌 의지가 약하다고 꼬집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집회·낙서
불법집회와 재물손괴 혐의 적용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서청운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오수일 수석부지회장을 포함한 4명에게는 벌금 300만~400만원을 구형했다.

차 지회장 등은 불법집회를 개최하고 회사 소유 물건을 망가뜨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9년 6월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본사 앞 차로에서 회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검찰은 지회가 애초 신고한 장소를 벗어나 회사 정문 앞까지 이동해 약 11~12분간 구호를 제창하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래커 스프레이로 회사 앞 도로에 글자를 새긴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재물손괴)도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미리 준비해 배부한 다양한 색깔의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회사 앞 도로·인도·정문 기둥에 ‘아사히는 전범기업’ 등의 글자를 새겼다”며 “수리비 5천200만원 상당이 들도록 도로 등의 효용을 해쳐 손괴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조합원들의 범죄 이력을 상세히 기재했다. 차 지회장은 2003년과 2007년 집시법 위반죄로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미 처벌 내역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차 지회장쪽은 무죄라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에서 차 지회장 등을 변호한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집회로 인해 공공안전이나 질서에 위협된 바가 없다”며 “집회 신고서에 기재된 대로 이동했고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쳤다”고 주장했다. 차 지회장도 최후진술에서 “매년 집회를 진행했고 경찰도 위법한 행위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프레이로 낙서한 것은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2017년과 2020년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 사건에서 낙서 행위가 도로의 효용을 해치지 않고 원상회복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불법파견’ 4년 만에 원청 기소돼 유죄
지회장 “불법파견 엄벌 의지 없어”

이날 검찰의 구형은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내린 구형량과 비교된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하라노 타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대표와 하청업체 지티에스의 정재윤 전 대표에게 각각 징역 6월과 징역 4월을 구형한 바 있다. 차 지회장 구형량보다 적다.

검찰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2015년 5월 노조설립 한 달 만에 해고됐다. 아사히글라스 한국 자회사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이 하청인 지티에스와의 계약 기간이 6개월 남았는데도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에 지회는 그해 7월 원·하청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2년이 지나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지회의 항고로 대구고검이 재기수사명령을 하자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기소 의견 끝에 2019년 2월에야 아사히글라스를 기소했다. 고소 4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셈이다.

법원은 원청의 불법파견 혐의를 인정했다. 아사히글라스 대표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티에스 대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노동계는 검찰 구형이 이중적 잣대라고 비판했다. 차 지회장은 “불법파견 혐의는 징역 6개월을 구형하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시위했다는 이유로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불법파견 범죄를 엄벌하지 않으니 기업이 계속 위법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차 지회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7월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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