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10곳 중 6곳은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했지만 그 내용은 기존의 사회공헌 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원래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대표자의 경영참여와 의견 개진을 보장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18일 ‘ESG 노동 생태계 조성 방향’을 주제로 보고서를 내고 “기업은 ESG 경영과 관련된 계획·실행·평가·환류 등 모든 활동에 대해 노동자 대표 같은 핵심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4월 전경련 조사에서 500대 기업 중 42.3%는 ESG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회(S) 영역의 대상은 소비자(31.7%)·지역사회(19.8%)·노동자(18.8%) 순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이 올해 300대 기업 중 8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300대 기업 2022 ESG 사업 키워드’에 따르면 외부 견제를 기피하는 기업 성향이 드러난다. 주주대표소송 도입에 대해 응답기업 58.1%가 “지나친 개입"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노동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46.5%가 반대했고, 33.7%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관철 연구위원은 “ESG 경영은 기업이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소비자·지역사회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ESG 경영을 하지만 이는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사회공헌의 연장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전경련 조사에서도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기업이 노동존중 경영을 하도록 ESG 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외국신용회사 등이 내놓는 ESG 지표가 난립하자 지난해 61개 항목으로 구성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인 고용률 등이 법정의무에 미달하더라도 일정 점수를 획득할 수 있게 돼 있어 비판받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평가지표에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규정하고 개선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비정규직과 파견·용역 등 사업장 내 불평등 완화와 산업안전 평가 내용을 담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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