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업무 중 질병에 걸리거나 순직했을 때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전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와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조에 따르면 공무상 재해 입증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공상추정법이라 불리는 개정안은 혈관육종암 진단을 받고 공상을 인정받기 위해 투병하다 숨진 고 김범석 소방관 사건을 계기로 입법 논의가 촉발했다. 유가족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돼 암을 얻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화재 진압 중 병에 걸렸다는 근거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한 사건이다. 고인은 재판을 거쳐 2019년 9월 보상을 받았다.

공상 인정이 오래 걸린 원인 중 하나로 입증 책임을 공무원에게 지우고 있는 것이 꼽힌다. 공상으로 인정받으려면 공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재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산재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부과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공상 입증 책임을 국가가 밝히도록 했다. 소방관, 경찰관, 우정직·환경직 공무원이 공무 수행 중 질병으로 장애를 입거나 숨지면 일단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도록 했다. 공상이 아니라면 그 인과관계는 국가가 밝혀야 한다. 공상으로 추정하는 질병은 시행령에서 정한다. 공무상 부상이 업무 중 사고로 발생한 것이 명백하면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 심의에서 제외하기로 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노조는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성명에서 노조는 “공상추정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지키기 위해 유해 물질이나 위험 요인에 노출돼 중증 질환에 시달리고, 화마와 싸우고 있는 소방공무원에게 큰 위로와 안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속히 시행하도록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