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시원 변호사(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법무법인 율촌 홈페이지, 국민의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된 이시원 전 검사가 국내 대형로펌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해 기업을 방어하는 대책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기업 대표들을 변호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사 시절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참가한 노조 조합원을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됐다.

이 때문에 이 전 검사가 친기업·반노동 행보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검사는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재직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돼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대형로펌 중대재해센터 부센터장
‘기업 수사대응·방어전략’ 개발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검사는 2018년 수원지검 부장검사를 끝으로 퇴직한 뒤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해 ‘중대재해센터’의 부센터장을 지냈다. 앞서 그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정부 토론회에서 “현재 법률상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누가 책임자인지는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로펌에서는 노동·부동산·송무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된 센터의 부센터장을 맡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주로 내놨다. 지난 1월20일 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한 웨비나에서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대응체계 최종 점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기업의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그는 “중대재해와 관련한 수사에서 최선의 전략은 재해예방”이라며 “존재하는 충실한 의무이행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수사 대응과 관련해서도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가능한 임원급을 중심으로 안전·법무·홍보 인력을 투입 △언론 제기 의혹 해명 등 사실관계 파악 등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측의 추측성·책임회피성 발언을 지양해야 한다는 세밀한 계획도 제안했다. 나아가 사고 원인을 자체 파악해 증거인멸과 말맞추기로 오인될 우려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기업 변호
“검사 출신이 이해충돌 우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자를 변호한 이력도 논란거리다. 이 전 검사는 지난해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재석 AK홀딩스 대표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 전 대표는 2019년 8월 이윤규 전 애경산업 대표와 함께 정당한 이유 없이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의 자료 제출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특조위 사무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해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전 검사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기업 대표를 변호한 이력은 검찰의 방침과 충돌한다. 대검찰청이 올해 1월 일선 검사들에게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한 사건으로 분류했다.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검사 출신을 고려할 때 이해충돌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시절 ‘희망버스’ 참가자 기소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검사 시절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를 기소했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주목된다. 이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2부 시절인 2011년께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4차 희망버스’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 B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집시법)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은 B씨가 그해 8월 미신고 시위를 이유로 경찰이 해산명령을 했지만, 이에 불응했다고 봤다. 1·2심은 B씨의 죄목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4년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시위가 당초 신고된 행진 방향 등의 범위를 일부 벗어나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더라도 금지된 시위라거나 신고 없이 개최된 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고 대법원이 확인한 셈이다.

법조계는 ‘반노동’ 행보를 보인 이 전 검사의 비서관 임명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한다. 이용우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는 “(이 전 검사는) 집회·시위 등 기본권 행사를 공안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 사건을 다룬 경험으로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의 중대재해 리스크에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익 추구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안 시각을 가진 인사를 주요 공직에 임명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중대재해와 노동 사건에서도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와 참여연대·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 전 검사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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