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원자력발전 비중 강화와 전력구매계약(PPA) 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원전 비중 확대는 짐작했던 대목이지만 전력구매계약 확대는 예상 밖이었다. 두 국정과제를 조합하면 대기업 중심의 전력시장 운용이라는 결과물이 보인다. <매일노동뉴스>가 차기 정부 5년의 에너지산업 동향을 전망해 봤다.

전망 1. 석탄화력 발전노동자 전환은 요원

차기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큰 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조정 없이 수용한 가운데 장기적 관점의 에너지 정책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재생에너지가 차지한 비율을 낮추고 원전 비율을 높인 게 차기 정부 NDC 정책의 전부다.

이렇다 보니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곳 중 30곳을 줄인다는 기존 계획도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울러 이들의 숫자는 2만5천여명 규모다. 이들을 위한 차기 정부의 전환 정책은 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전환 산업·기업을 조기 포착하고 직무전환훈련 같은 패키지 지원을 한다는 게 거의 유일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대로 교육을 통한 전환이라는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조금 다른 방향도 있다. 바로 원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후보 시절 캠프에서 에너지 정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부지에 소형모듈원전(SMR)을 만들어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내용에 대해 노동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 발전공기업 노조 관계자는 “SMR이 상용화하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가 거의 다 문을 닫는 2030년 이후인데 무슨 대책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발전소 운용을 주로 하는 노동자들의 전환이 일부 가능하더라도 비정규직은 아예 전환 대상에서 배제될 우려가 크다.

전망 2. 전기 발전·판매 겸영 대기업 생겨

차기 정부가 PPA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전기 발전과 판매를 동시에 수행하는 대기업 탄생도 점칠 수 있다. PPA는 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최종 구매자가 직접 체결하는 공급계약이다. 현재는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전량 한전이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전기사업법을 고쳐 재생에너지에 한정해 기업 간 PPA를 허용한 상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업 간 PPA가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보다 비싸지만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달성을 위한 기업수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법 개정 1년이 흐른 현재까지 아직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고파는 거래는 활성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이 우려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비싼 문제 등으로 재생에너지 PPA가 확대하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가 에너지원 칸막이를 언급하지 않은 PPA 확대를 발표하면서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전력시장을 열어준 셈이 됐다. 국내에는 이미 SK·포스코·GS 같은 대기업이 민간 발전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도 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판매부터 발전까지 하면 판매와 발전을 겸영할 수 있고 연료까지 자체 조달할 수 있다”며 “민간 대기업이 많아지면 향후 에너지 비용전가 같은 우려도 있고 전기가 공공성을 잃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재생에너지 공급에 뛰어들 여지는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수익성 때문이다. 탄소국경세 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여지도 있지만 이미 SK 같은 대기업은 SMR 개발투자를 공언하고 있다. 차기 정부도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전망 3. 재생에너지 위축, 종사자 감소 불가피

민간 대기업이 발전산업을 주도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재생에너지산업은 판로 확보가 어려워지고 산업 자체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특히 현재 재생에너지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공급사업자와 해당 기업체가 인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산업 기업체는 8만1천907곳이다. 11만8천508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너지 발전과 공급 사업체가 7만8천276곳이고, 종사자는 8만2천810명이다. 전후방 산업에 속하는 신재생에너지 제조·건설·서비스업체는 3천631곳으로, 3만5천698명이 종사한다.

발전·공급단계에서 차질을 빚으면 신재생에너지산업 자체가 붕괴할 우려가 크다. 태양광에너지사업을 하는 한 민간 사업자는 “현재도 태양광모듈 같은 부품은 거의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만 한 뒤 국산이라며 공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발전·공급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산업이 활력을 잃고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경쟁력 자체가 추락하는 셈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