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일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폴리텍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재희(63·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지금은 기술패권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힘을 가진 시대다. 폴리텍대학은 그런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런데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특히 기술의 변화 속도는 교육의 속도를 앞지른다. 폴리텍의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조재희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취임하면서 모든 학과에 AI교육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에 맞춰 교수 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40개 전체 캠퍼스에 AI교육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1년이 지난 지금 ‘AI+x’ 인재 양성교육은 어떤 효과를 내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6일 오전 인천 부평구 폴리텍대학에서 조 이사장을 만났다.

조재희 이사장은 고려대에서 노동정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연구교수로 활동해 온 노동정책 전문가다. 1999년 대통령 비서실에서 노동복지행정관을 거쳐 2004년 국정과제비서관을 맡았다.

- 폴리텍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학생운동을 하며 대학시절을 보내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간강사노조를 조직해 위원장을 맡았다. 늘 ‘왜 노동자는 가난한가’라는 화두를 안고 있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노동자는 저임금과 산업재해, 고용불안이라는 세 가지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사장으로서 한국폴리텍대학이 이런 질문에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폴리텍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양질의 기술교육을 통해 ‘폴리텍에 오면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직업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자리 잡히게 하고 싶었다. 일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폴리텍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폴리텍의 역할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기술이 패권인 시대다. 신기술 발전과 연구개발 성과가 산업현장에 닿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노동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폴리텍은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공공 직업교육훈련기관으로 기계·금형 같은 뿌리기술 분야부터 반도체·바이오 등 국가기간·전략산업,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핀테크 등 금융기술까지 직업교육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x’ 인재, 경제성장의 새로운 심장”

- 신기술은 빠르게 변하는데 직업훈련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산업구조 재편에 대응해 올해 신설한 학과 중 인공지능SW와 이차전지융합과정 등 31%(77개)가 신산업 분야다.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다양한 산업기술에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른바 ‘AI+x’ 인재 양성이다.”

- AI+x 인재가 무엇인가.
“디지털 대전환기에 노동소외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디지털 제조 혁신인력 양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모든 학과에 AI교육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여기에 맞춰 교수 역량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40개 전체 캠퍼스에 AI 기초이론을 배우고 블록코딩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초보 단계 과정을 개설했다. AI와 원래 관련이 있는 반도체·바이오 학과에서는 심화 과정을 만들고 2학년 학위 과정에서도 고급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공과 AI가 접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인공지능이 경제·산업·문화 전반에 결합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지금 폴리텍 AI+x 인재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새로운 심장을 뛰게 할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직무+인공지능 능력 인재양성,
공정한 노동전환 가능하다”

- 산업전환으로 노동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없어지는 일자리에서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려면 무엇보다 직업교육훈련이 중요하다.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지금 저탄소·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 석탄발전은 친환경 발전으로,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금융·유통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 중이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의 전환을 야기한다. 산업과 노동의 재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예상치 못한, 준비 없는’ 이직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일자리 이동에 대비해 ‘공정한 노동전환’이라는 선제적·종합적 대응을 내왔다. 직무전환 훈련 지원을 통한 고용유지와 전직·재취업 지원 강화, 고용위기지역의 고용안정 지원, 디지털 실무 인재 양성 등이 골자다. 이 모든 것은 사실 폴리텍의 역할이기도 하다.”

- 공정한 노동전환에서 폴리텍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
“폴리텍의 교육훈련 역량은 연간 2만7천명이다. 38개 지역 캠퍼스의 공동훈련센터 네트워크에 ‘노동전환 특화 과정’을 추가로 설치하면 연간 10만명까지도 교육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경남 진주캠퍼스의 경우 경남도와 협업해 경남의 조선·항공·기계부품 등 코로나 위기산업 종사자 9천명의 고용유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또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력양성은 앞서 말한 AI+x 전략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 예컨대 단순 기계·가공·조립 인력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loT) 능력을 확보한 스마트 팩토리 운영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 새 정부에서 공정한 노동전환 정책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직업교육훈련 정책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 폴리텍은 그동안 어떤 산업을 중심에 두고 직업교육훈련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선도적으로 움직여 왔다. 다른 곳보다 AI와 메타버스 훈련을 일찍 시작했다. 전체 대학 최초로 메타버스 연구센터를 만들고 관련 학과들을 신설하면서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다른 대학은 산업적 수요나 학생들 요구에 맞춰 기존의 학과를 변경하거나 없애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우리는 다른 곳보다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유연하다. 앞으로 K반도체·바이오·AI·메타버스·전기자동차 등을 강화시켜 나갈 생각이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모든 노조 존중받는 노사관계 만들 것”

- 폴리텍에는 4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노동정책 전문가로서 폴리텍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나.
“노조와 감사, 경영 세 가지 축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

재직자 2천450명 중 67%가 조합원이다. 직원 및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 노조가 각 1개씩 있고 교원노조가 2개 있다. 재직수 대비 노조 조합원 비율, 노조조직률로 보면 노동부 산하기관 중에 가장 높다.

폴리텍은 다중적 책무와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책임, 노조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여건 개선의 책무,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교육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사회적 역할과 노사 간 협력, 무엇보다 구성원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렬과 규모에 따른 협상력 차이가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노조다. 모두 존중받는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또 노사 역시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공공기관이자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사 간 협력과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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