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용인에 있는 현대자동차 마북환경기술연구소에서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현대차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시설관리업무는 연구소 본연의 업무와 구별되고, 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했다는 이유에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현대자동차 시설관리 업체 소속 노동자 A씨 등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 등은 수소전기자동차를 연구·개발하는 현대차 마북환경기술연구소에서 시설관리를 위탁받은 현대엔지니어링 소속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현장소장의 지시를 받아 전기·원동·안전 업무 등을 수행했다.

A씨 등은 2018년 12월 현대차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2년을 초과해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

하지만 법원은 A씨 등이 현대차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봤다. 하청노동자들이 자체 관리시스템에 점검 결과를 기록하고 현장소장에게 보고한 점이 작용했다. 원심은 “현대차 근로자의 연락을 받거나 현대차의 업무요청 사항을 현장소장으로부터 전달받아 일부 업무수행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현대차 직원과 혼재해 근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근로자가 수행하는 시설관리업무는 마북연구소에서 이뤄지는 본연의 업무와 관계가 없다”며 “A씨 등이 현대차 직원들과 하나의 집단을 이뤄 공동작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청이 전문성을 보유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하청이 독립된 사업주체로서 근로자 선발·인사관리 등에 관한 결정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며 “위탁업무의 내용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직원들이 전문성이나 기술력 없이 단순 업무만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 등은 시설관리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