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5일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 결정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 물가급등 시대에 내년 최저임금 결정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일까.

 

월급 빼고 다 올랐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시절 따로 최저임금 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종별 차등적용을 언급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시작 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반대한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 임금의 ‘최저선’이다.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 싶으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여력이 있는 업종에서 임금을 더 주면 될 일이다. 이미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표결을 통해 전 산업 단일 최저임금이 결정돼 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것은 중소·영세 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을 빌미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낮추려는 사용자단체의 농간이다. 사용자단체가 진심으로 이들을 걱정한다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카드수수료 및 가맹비 인하 등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조치부터 취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농간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최저임금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단체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차등적용 문제로 쏠리면서 정작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의는 뒷전이 됐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실생활 먹거리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8.7%나 상승했다. 농담처럼 말하던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그에 비해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각각 1.5%와 5.1% 인상에 그쳤다. 저임금·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처럼 사용자단체와 보수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각종 수당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됨으로써 실질임금 인상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은 올해 대폭 인상돼야 한다. 코로나19로 더욱 확대된 소득 양극화와 불균형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국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도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 및 소득 보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가상승률 크게 앞지른 최저임금 인상률, 업종별 구분적용 필요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사용자위원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논의를 통해 추후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현 최저임금 수준과 주된 최저임금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사용자위원들 사이에 이미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실제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주체인 우리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해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에서도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우리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에 이르렀다. 업종별 상황에 큰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 가능한 업종별 구분적용부터 실시해야 한다. 기업의 지불능력, 근로조건, 생산성에 업종별·규모별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일률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적용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기준으로 숙박음식업 최저임금 미만율은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업종을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근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우려된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물가상승률은 8.2%,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월등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올랐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2023년 최저임금은 안정될 필요가 있다.

저소득계층의 처우개선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근로장려금(EITC) 확대같이 부작용이 없는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늘 같은 논쟁 중단하고 법취지 살릴 제도개선 할 때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첫 번째 최저임금 결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윤석열 당선자의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정책을 예상할 수 있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대선 기간과 당선 이후에 드러난 여러 반노동 발언과 행보를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또한 총리 내정자와 인수위를 통해 나오는 발언들 역시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최저임금위는 늘 같은 패턴의 논쟁이 반복된다. 사용자측 주장은 매년 반복되고, 이에 맞선 노동자위원의 주장과 근거도 인용되는 자료만 최근의 것으로 업데이트된 것일 뿐 논리도 동일하다.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이러한 소모적 패턴을 지양하고 최저임금법 취지에 맞는 합리적인 인상액에 조속한 합의를 이뤄 내야 한다.

당선자와 재계가 주장하는 ‘지역별 차등적용’ ‘지불능력 고려’ 등은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34년 시행되는 동안 첫해 딱 한 차례 도입되고 사문화됐다. 민주노총과 노동자가 요구하는 것처럼 최저임금법과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 현행법이 담고 있는 수습노동자·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조항 삭제와 함께 2018년 산입범위 확대 개악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과 공익위원 위촉기준 변경 등 법·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하고 마무리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생긴 중소·영세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 간 불공정한 거래 관행 해소, 실질적인 손실보상을 논의해야 한다. 새 정부와 국회에 건의해 더 이상 ‘을’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확산하는 불온한 시도를 정리해야 한다.

최저임금 논의와 적용 과정이 노동자의 노동권과 떨어질 수 없으며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문제와도 떨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개선, 을들의 연대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사업과 투쟁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최저임금 옥죄기 그만, 다양한 정책으로 경제문제 해결해야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올해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최저임금과 관련한 노사 간 충돌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최저임금 기조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인상률 최소화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다. 최저임금제의 목적은 노동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든 임금기준의 하한선이 최저임금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은 임금의 하한선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해 그것을 상회하는 기준을 설정하면 될 일이다. 이미 건설업 등에서는 최저임금 이상의 직종·직무별 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일본은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수준을 적용하게 돼 있다.

다음으로 인상률의 문제다. 박근혜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평균 7% 이상이었고, 최근 일부 지표가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다. 그 수준 역시 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90년대부터 우리나라 노동자의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수년 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수당이 포함되면서 실질인상률은 명목인상률을 밑돌고 있다. 한편으로는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영세사업주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기보다는 높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높은 원자재·원재료 값 등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보장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전체 경기에도 선순환 효과가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 정부는 최저임금을 옥죄기보다는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정책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끝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의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 노사공 협상방식을 탈피하고,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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