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택배회사 대리점이 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택배기사와 맺은 계약을 해지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법원이 결정했다. 위탁계약 해지의 절차를 정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시행된 이후 사법부가 적용한 첫 사례다. 다만 가처분이 인용된 사건이라 본안 재판에서 해지사유를 두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법률에 해지 유예기간·서면통지 규정
법원 “내용증명만 발송해 법률 위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민사21부(재판장 권순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택배기사 A씨가 롯데택배 대리점 대표를 상대로 낸 지입운송계약 해지통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택배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경남 진해의 한 롯데택배 대리점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A씨는 지난 1월24일 대리점에서 지입운송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A씨는 해지사유가 없다며 지난 2월21일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히 대리점이 생활물류서비스법이 규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법(11조)은 계약해지의 절차적 사유를 정한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택배서비스 사업자가 택배기사의 운송위탁계약을 해지하려면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주도록 했다. 또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을 서면으로 두 차례 이상 통지해야 한다고 정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계약해지의 효력이 없다는 조항도 있다.

재판부는 대리점측의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계약해지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대리점은 1월 계약의 해지사유가 발생했다는 취지가 기재된 내용증명을 두 차례 발송한 후 계약해지를 통지한 사실만 인정된다”며 “대리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생활물류서비스법 11조가 정한 해지 절차를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계약해지 ‘중대한 사유’도 없어”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효력정지

A씨에게 계약해지의 중대한 사유도 없다고 봤다.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령이 정한 위탁계약 해지통보를 생략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행령 6조는 택배서비스종사자가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갖추지 않았거나 △계약기간 운송사업의 허가 취소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과태료 처분 2회 이상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를 예외사유로 두고 있다.

나아가 계약해지의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므로 해지사유를 살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로서는 계약에 따른 지입운송 업무를 하지 못하면 생계에 큰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지입운송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대리점에 특별히 큰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지위 보전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리점은 A씨에게 롯데택배 사번코드를 부여하지 않거나 A씨가 한 운송업무 기록을 삭제하는 등 기타의 방법으로 지입운송계약에 따른 A씨의 운송노무 수령을 거부하거나 운송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법조계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시행된 이후 법원에서 적용된 첫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A씨를 대리한 김두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지난해 시행된 생활물류서비스법상 계약해지의 절차적 제한이 반영된 첫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며 “가처분 사건이라 해지사유를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일정 부분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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