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순 대한건설보건학회 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 한복순 대한건설보건학회 회장(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우리나라 산업재해사망률은 불행하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다. 지난해 발표된 ‘2021년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은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정부부처 간 협업으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정부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는 824명으로 2020년에 비해 54명 감소했으며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도 사망사고가 줄었다.

그동안 산재 사고사망이 많이 발생한 건설업에서는 추락사고가, 제조업에서는 추락·끼임사고가 절반을 넘는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 3월 발생한 당진제철소 사고에서는 2인1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3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계기가 됐던 2018년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에 발생한 협착사고도 안전수칙에 충실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고로 인한 사망 외에 직업병이나 작업관련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재해도 적지 않다. 따라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를 위해 안전제일(Safety First)을 중시하는 문화가 사업장에 안착돼야 한다. 또한 건강 문제로 사망하는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관리 예방활동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산재 감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산재예방 강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14조와 같은 법 시행령 13조에 의거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인 회사와 토목·건축공사업에서 전년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위 1천위 이내 건설회사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승인받도록 해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중요한 기초가 마련됐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잘 구축할 수 있게 돼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안전보건관리담당자·산업보건의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부여받은 직무 이행에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민간기업은 그동안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기업규제완화법)에 따라 산업보건의 선임 규제가 완화됐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업보건의를 선임하고 있다. 의사를 보건관리자로 두지 않은 사업장은 근로자 건강관리나 그 밖에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지도하기 위해 산업보건의를 둬야 한다고 산업안전보건법 22조에 규정했다.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해 사업주는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진단 결과 발견된 질병자의 요양 지도는 보건관리자 중 의사 또는 간호사가 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뇌심혈관계질환 예방을 위한 발병위험도평가에 따른 근무상 조치와 업무적합성 평가 등은 의사가 한다. 이러한 보건관리 업무는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중요한 사항으로 사업장에 산업보건의 선임이 필요한 사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보건관리의 질적 향상 도모 및 적극적인 건강보호 조치를 위해서도 산업보건의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 포함되는 구성원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는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50억원 미만의 건설업에서 80% 이상 발생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260만곳으로 전체의 97%에 해당한다. 안전보건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 현실을 고려하면 안전보건관리 예방활동 대책이 우선돼야 하나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함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 예외를 두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 모든 구성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도록 한다. 우리 사업장에는 안전보건관리 취약계층이 없는지,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안전보건관리에서 소외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잘 구축된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산업재해가 대폭 감소하는 변곡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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