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름값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화물·배달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언제 안정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지원책은 미흡하기만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유 판매가 11주 연속 상승
25톤 화물차 운전자, 유류비 지출 250만원 늘어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3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는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포함해 물가부담 완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5월1일부터 7월 말까지 20%로 설정한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고,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유가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보조금은 버스·화물차 등에 유류세 인상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제도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이 밝힌 3월 다섯째 주 국내 석유제품 주간 가격동향을 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11주 만에 소폭 하락했지만 경유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7원 상승해 리터당 1천919.8원으로 11주 연속 상승했다.

운송료 30% 이상을 유류비로 지출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유가급등은 수입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과 비교해 카고형 화물차 중 12톤 이상 화물차의 한 달 유류비 지출이 약 175만원 증가했다.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5톤 이하 화물차도 한 달 유류비 지출이 64만원 증가했다. 철강재를 운송하는 25톤 화물차의 경우 같은 기간 유류비 지출이 약 250만원 늘어났다. 화물노동자의 평균 월 순수입은 약 342만원으로 1천900원대 경유 가격이 지속되면 운행할수록 적자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배달노동자들도 기름값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감소와 이에 따른 노동시간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배달라이더 20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9.1%가 유류비 부담이 월 3만원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1주 평균 기름값으로 7만~8만원을 내는 라이더가 22.3%로 가장 많았다. 주당 ‘1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7.3%나 됐다.

지난 1일 라이더유니온 주최 유튜브 생방송(라이더TV)에 출연한 김태현씨는 “한 달 전만 해도 가득 주유를 하면 8천원을 냈는데 지금은 1만2천원 수준으로 4천원 차이가 난다”며 “평균 1.5일에 한 번씩 주유를 하는데 한 달에 6만~7만원 정도를 더 지출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라이더 “기름값 더 벌려고 배달 1건 더 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유가보조금 추가지급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유류비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데다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유류세 인하 정책으로 유가보조금이 같이 깎이면서 화물노동자들은 사실상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유가보조금을 더 지급해도 경유가격 급등에 따라 이미 몇 개월간 소득감소를 겪은 상황에서 이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배달노동자는 유가보조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오토바이는 영업용이라는 업종 구분이 없기 때문에 (이번 방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영업용 구분이 필요한데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한 라이더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와 안전배달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박연수 실장은 “유가변동이 운임에 반영되는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전 품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상반기 내에 일몰제 폐지가 국회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이더유니온도 안전운임제를 참고해 유가와 최소 배달료를 연동하는 등 안전배달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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