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결국 무산했다. 쌍용차는 10월14일까지 새 인수대상자를 찾고 회생계획 인가를 받지 않으면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인수자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쌍용차가 정상화할 방안은 무엇일까.

산업 차원 평가 필요, 축소지향 구조개편 자제해야
이항구 호서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

▲ 이항구 호서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
▲ 이항구 호서대 교수(기계자동차공학부)

3번째 쌍용차 매각이 불발에 그쳤다. 애당초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과 컨소시엄에 대한 의구심이 강했다. 방송인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한 에디슨모터스의 최고경영자가 인수자금 조달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도전적인 목표와 장밋빛 비전을 제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인수 자금 마련에 실패했다. 그런데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청사진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특히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에디슨모터스가 추가 자료를 내놓을수록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는 떨어졌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를 위해 급조한 에디슨 EV의 주가는 1천270%가 급등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에디슨 EV는 차입매수(Leverage Buy-Out) 방식마저 고려했다. 이러다 보니 잡음이 속출했고 결국 쌍용차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쌍용차는 또다시 인수자를 찾아서 10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쌍용차의 경영진은 지난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불확실성이 해소됨으로써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노동자와 협력업체들은 합심해 쌍용차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 이면에는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쌍용차 매각은 새로운 정부의 첫 번째 산업정책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미 쌍용차는 청산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무적인 차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국내 자동차 생산이 120만대나 감소했고, 최근 4년간 고용도 3만명 이상이 감소한 가운데 쌍용차마저 사라진다면 양질의 일자리와 중산층 감소, 수요독점의 심화, 지역경제의 피폐와 성장잠재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쌍용차에 대한 산업 차원에서의 평가가 요구된다.

한편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쌍용차의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청산 주장은 무지의 소치라고 본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축소지향형 구조개편은 자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상화 기회,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하라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

▲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
▲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

전 세계에서 자동차 설계 역량부터 갖추고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나라는 몇 개나 있을까? 30~40개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유럽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차량을 설계·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일본·중국·미국 정도뿐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 줄 안다는 건 축복받은 능력이다. 그래서 이런 나라 정부들은 모두들 자동차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대우한다.

그런데 한국의 산업정책은 어땠는가? 사실상 한국 내수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기아 육성 전략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산업정책을 만드는 건지 현대차 발전전략을 써주는 건지 모르겠다는 어느 공무원의 자괴감 섞인 얘기에 진실의 단면이 있다. 정부는 현대·기아를 제외한 완성차를 죄다 해외자본에 헐값에 매각해 위탁해 버렸고, 틈만 나면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외투 3사는 보유한 기술력과 엔지니어 등 역량을 잃어 왔다. 자동차를 만들 줄 아는 축복받은 능력이 사라지는 걸 방치하면서 말이다.

마힌드라 자본은 또다시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탈출해 버렸고, 국가기간산업이 망가져 가는데도 정부는 마힌드라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 걸까? 자금력과 기술력 모두를 의심받던 에디슨모터스 배제 결정이 내려졌고 이제야 쌍용차를 제대로 정상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산업 자해행위를 방치해 온 정부가 지금이라도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산업은행 대출을 출자로 전환하고 운영자금 지원이라는 한시적 조치만으로도 쌍용차 자본 재구성이 가능하며 회생의 토대가 마련된다. 쌍용차는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SUV의 명가 소리를 듣던 기업 아닌가. 주인이 바뀌어도 독자 브랜드를 유지하며 현대차가 독점한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선진시장 유럽을 주요 수출지로 만드는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2~3개의 새로운 수출지 개척, 전기차 역량만 보태지면 독자회생의 길은 완성된다. 또다시 산업을 망칠 건가 제대로 세울 건가. 이제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 할 때다.

 

산업·기업에 맞는 적정전략 찾아라
조건준 아유 대표

▲조건준 아유 대표
▲조건준 아유 대표

꽤 오래전 쌍용차를 둘러싼 격돌의 현장에서 속살을 본 적이 있지만 당사자들의 충격을 고려해 드러내지 못했다. 이젠 자동차산업에서 난제 중 하나가 쌍용차다. 지금 쌍용차를 미래차 생산 대열에 뛰어들게 해 선도기업을 만들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얘기하면 희망 고문일 것이다. 미래차 선도기업들도 내연차에서 남긴 이익을 미래차에 쏟아붓거나 혹은 테슬라처럼 굉장한 자금조달력을 가지고 투자한다. 쌍용차에 이런 기대를 할 수 없다.

쌍용차의 최선은 폭망을 막는 것이다. 유지를 위한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약간 희망적인 방안은 일각에서 얘기하는 공기업화와 같은 방법일 것이다. 국내 자동차산업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른 완성차를 유지해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쌍용차와 부품사의 붕괴로 인한 산업 생태계 약화를 우려하면서 고용유지를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논리는 당사자의 절박한 사정을 반영하지만 사회적·산업적 차원의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이는 정치적 결심과 꽤 설득력을 가진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다른 방안은 ‘B급 전략’을 가지는 것이다. 미래차 산업을 선도하는 것을 ‘특A급 전략’이라고 한다면 미래차 산업에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 가는 것을 ‘A급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이 적절하지 않은 기업은 ‘B급 전략’이 필요하다. B급 전략은 첫째로 쌍용차가 가진 역량을 유지하는 방향과, 둘째로 전기차 생산을 독립적 자원이 아니라 전자업체·완성차업체·부품업체의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래차 산업의 틈새를 노리는 방향이 있다. 이는 업체들과 채권단과 관계 당국을 포함한 일정한 컨센서스가 형성돼야 가능하다. B급 전략의 첫 번째 방법을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길로만 보면 폭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지만, 현 상태를 연착륙시키면서 그 충격을 서서히 흡수하는 길이다. B급 전략은 최고의 전략도 최악의 전략도 아니다. 산업 조건과 기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에 맞는 적정전략이다. 찾을 수 있을까.

 

쌍용차 난맥상, 산업은행·당국은 자유로운가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돌이켜 보면 뜨악했던 것이 쌍용차의 인수를 둘러싸고 지난해 10월께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것부터다. 에디슨모터스라는 이름은 문재인 정부 내내 언론에 오르내리던 이름이다.

2018년 에디슨모터스 감사보고서에는 “2018년 12월31일로 종료되는 보고기간에 당기순손실 183억4천200만원이 발생했고, 재무제표일 현재로 기업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45억7천900만원 만큼 더 많으며, 누적결손금은 288억5천700만원으로 자본잠식률이 58.33%에 이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략) 다른 사항과 더불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 융자 한도인 100억원을 꾹 채워 받았으며, 최근 몇 년간 정부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무상보조금을 수령했고, 산업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 또한 100억원이 넘는다. 이와 같은 국책은행 등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은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이른바 라임펀드 사건과 연루 의혹을 받는 곳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한 언론은 “에디슨은 스트라이커에 최소 90억원 이상을 빌려 줬다. 현직 스트라이커 관계자는 ‘정확하게 금액을 밝히긴 힘들지만 2018년 12월, 2019년 1월 두 차례 대여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하고 있다. 기업에 자금이 투입돼야 할 골든타임에 정부로부터 음과 양으로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부실기업에 배의 키를 맡겼던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했고 또한 특정 세력과 결탁한 듯한 모습을 보인 국책은행과 당국의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쌍용차측 발표에 따르면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J100은 개발이 완료돼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고, 실행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았던 미래 생존 기반인 친환경차로의 전환도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인 BYD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U100을 출시하는 등 실행방안이 구체화 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자동차산업에서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생산단위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정부에서는 과거 정부의 모순되고 협량한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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